‘얼굴’, 외모 평가가 불편한 시대에 말하는 진정한 ‘못생김’

권구현(칼럼니스트) 기자
2025.09.11 14:25

연상호 감독의 단순 명쾌한 메시지에 벗겨지는 우리 사회의 민낯

'얼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얼굴로 웃기는 시대가 있었다. ‘못생겼다’는 것이 유머의 재료가 됐다. 일종의 조롱에 기인하는 화장실 유 트래시 토크다.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허나 이제는 사람들의 의식이 성숙했다. 타고난 얼굴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이른바 ‘얼평’은 예의에 어긋나는, 지양해야 하는 행위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영화 ‘얼굴’(각본/감독 연상호, 제공/제작 와우포인트) 은 이런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관통한다. 시각장애인이지만 전각 장인으로 인정 받는 ‘임영규’(권해효)와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 앞에 40년 전 실종된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의 시체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동환은 어머니의 옛 지인들을 만나 실종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영희는 얼굴이 못생겼다”고.

‘얼굴’은 그렇게 정영희의 사인을 추적한다. 흔한 미스터리 영화의 작법이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의 복심은 따로 있다. 감독이 자극하는 건 정영희의 외모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이다. 동환이 어머니의 얼굴을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십분 이해가 가는 지점이다.

'얼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관객의 입장은 다르다. 분명 “영희는 못생겼다”는 증언을 듣는 것은 불편하다. 비단 화자의 태도가 조롱, 혹은 빈정대기 때문만은 아니다. 타인의 외모를 멸시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치켜세운다. 사회적 올바름과 인간의 본능 사이의 갈등이 러닝 타임 내내 이어진다. 인간의 민낯을 들춰내는 연상호 감독의 대담한 연출이다.

영희를 연기한 신현빈의 쓰임도 같은 지점이다. 그 예쁜 배우가 연기를 펼치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뒷모습 또는 턱 밑까지의 모습을 비출 뿐이다. 여기서 관객은 다시 한번 얼굴에 집착하고 만다. 과연 신현빈의 얼굴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영화 끝까지 노심초사 기대한다. 하여 신현빈이 기특하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할 배우라는 직업이건만, ‘영희’라는 얼굴 없는 배역을 받아들였다. 작품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기에 할 수 있었던 용감한 선택이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근현대 시절을 회상한다. 경제 성장을 최우선에 두고 약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시대다. 가난, 외모, 장애 등 타인의 다름을 틀림으로 정의하고, 애써 흠집 잡으며 상대의 우위를 점하려 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에겐 영화가 그려내는 그 시절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히 구분된다.

'얼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어딘가 씁쓸하다. 과거에 비해 의식 수준은 분명 성장했건만, 현실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예전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각자의 마음 속에 숨겨놓은 불편한 감정들이 있다. 당장 SNS나 여러 인터넷 방송만 봐도 그렇다. 얼평을 지양하는 시대이건만, 외모를 앞세워 돈을 벌기엔 오히려 좋은 시절이다. 영화가 영규와 동환을 두고 “닮았다”고 말하는 의미는 그들의 외모나 마음을 넘어, 과거와 현재의 시대상까지 포용한다.

시대의 흐름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건 박정민의 호연 덕분이다. 과거의 젊은 ‘영규’부터 현재의 ‘동환’까지 1인 2역을 능히 소화했다. 시각 장애를 연기하는 기술적인 지점부터,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동환’의 미묘한 감정의 너울까지 폭 넓게 표현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익히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한계를 또 한번 확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얼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런 게 일종의 오해야 오해. 못 보는 사람은 아름다운 것이 뭔지 모를 거다. 우리 같이 못 보는 사람일수록 아름다운 게 뭘까 정말 많이 생각해.”

영규의 말처럼 탐미에 대한 욕구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허나 미학을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다. 각자의 심미안에 기인하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것에 집착하여, 아름답지 못한 것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 불미스러운 일이다. ‘얼굴’의 영어 제목은 못생김, 추함을 뜻하는 ‘Ugly’다. 과연 진짜 추하고 못생긴 것은 어떤 것일지 영화와 함께 가슴 속에 새겨 둬야 할 일이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메시지로 단숨에 인간의 민낯을 베어내는 영화 ‘얼굴’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03분.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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