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의 묵직한 낭만, 만개한 믹스팝 [뉴트랙 쿨리뷰]

한수진 ize 기자
2026.05.13 17:08

지난 11일 미니 5집 'Heavy Serenade' 발매
확신의 영역 들어선 '믹스팝'

걸그룹 엔믹스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Blue Valentine'(블루 발렌타인)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던 걸그룹 엔믹스가 다시 한번 두 개의 이질적인 낱말을 엮어 돌아왔다. 신보 미니 5집의 제목은 'Heavy Serenade'(헤비 세레나데)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부르는 낭만적인 노래를 뜻하는 'Serenade' 앞에, 무겁고 묵직하다는 뜻의 'Heavy'를 붙였다. 달콤한 사랑 노래와 무거운 감각의 조합. 엔믹스는 이번에도 상반된 두 단어를 엮어 자신들만의 낯선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상대적인 두 단어의 만남은 다름 아닌 엔믹스가 데뷔 때부터 뚝심 있게 밀어붙여 온 '믹스팝'의 은유다.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섞어 새로운 차원을 창조하겠다는 이들의 장르적 정체성은, 전작 정규 1집 'Blue Valentine'을 기점으로 만개했다. 그리고 'Heavy Serenade'는 그 기세를 이어받아 이제 엔믹스만이 할 수 있는 확신의 영역으로 믹스팝의 입지를 굳히는 영리한 결과물이다.

1번 트랙 'Crescendo'(크레센도)부터 마지막 6번 트랙 'LOUD'(라우드)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트랙리스트는 하나의 거대한 사랑의 개화기와 같다. 비록 괴로운 상황일지라도 음악 용어에 빗대어 커져가는 마음을 로맨틱하게 표현한 'Crescendo', 한순간 세계에 들어온 상대에게 빠져드는 'Different Girl'(디프런트 걸), 그리고 마침내 숨길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린 진실한 사랑을 외치는 'LOUD'까지. 정교하게 맞물린 음악과 서사는 청자를 텅 빈 무의 세계에서 생명력이 만발한 화원으로 이끈다.

붐뱁과 아프로 리듬이 미니멀하게 결합된 'IDESERVEIT'(아이디절빗)에서의 시크한 래핑과, 행진곡을 연상케 하는 타격감 넘치는 'Superior'(수페리어)에서 보여주는 다이내믹한 보컬은 "어떤 장르와도 잘 어울리는 카멜레온 같은 보컬"이라는 해원의 자신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걸그룹 엔믹스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앨범의 중심을 잡는 타이틀곡 'Heavy Serenade'는 진화한 엔믹스 믹스팝의 현주소를 증명한다. 트랜스, 애시드, 드럼앤베이스 등 다소 날 것의 일렉트로닉 요소들을 정교한 팝의 문법 위에 흩뿌린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질감들이지만, 시네마틱한 드럼 비트와 모달 인터체인지를 활용한 입체적인 코드 진행이 곡 전반에 신비로운 긴장감을 부여하며 중심을 잡는다.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작사한 가사는 곡의 감정선을 한층 선명하게 만든다. 날 깨뜨려서 만들래 / 단 하나뿐인 bouquet"라며 기꺼이 자신을 부수어 상대를 위한 아름다움을 창조하겠다는 헌신, 그리고 "Then I realize 모든 꽃말은 너야"라는 서정적인 고백은 그 마음을 더욱 서정적으로 확장한다.

과거 엔믹스의 음악이 '이것과 저것을 섞었으니 맛보라'는 실험의 장이었다면, 전작 'Blue Valentine'을 거쳐 도착한 'Heavy Serenade'는 '우리가 섞어낸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라'는 여유로운 초대다.

불안과 우울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갔던 이들은, 이제 스스로를 깨뜨려 단 하나뿐인 부케를 만들어낼 줄 아는 단단한 주체가 됐다. 낯설고 이질적인 것들을 충돌시켜 기어코 조화로운 꽃을 피워내는 이들의 마법 같은 믹스팝. 봄이 지나 겨울이 와도 시들지 않을, 엔믹스만의 묵직하고도 찬란한 세레나데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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