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정모씨(29)는 최근 당황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지난 3월 예약해둔 에어프레미아의 7월 19일 인천발 하와이 호놀룰루행 항공편 운항 일정이 하루 순연됐다는 문자였다. 8박 10일 일정에 맞춰 연차를 내고 현지 숙박·렌터카 예약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항공사는 '사업계획변경'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운항 편을 변경했다.
항공사들이 고유가 지속에 따른 경영 부담을 이유로 노선을 감편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항공사의 일방적인 감편 통보에도 소비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정된 국제선 감편 규모는 왕복 기준 900편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187편을 줄였고 진에어도 괌·푸꾸옥 노선 등을 중심으로 이달까지 176편을 감편했다. 이밖에 에어부산 212편, 이스타항공 150편, 에어프레미아 73편, 에어서울 51편 등이다. 다음달 운항 계획에 따라 추가로 감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엔 고유가 국면을 맞은 항공사들의 비용 절감이 있다. 5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3월 16일~4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214.71달러로 전쟁 이전 대비 2.5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통상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30% 안팎을 차지한다. 특히 기초 체력이 약한 LCC 업계를 중심으로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을 받는 등 긴축 경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항공사들의 감편 과정에서 소비자들에 부담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항공사의 귀책 사유로 운항이 취소될 경우 대체 편을 제공하거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사가 '사업계획 변경'을 내세워 비행 출발 14일 이상 남은 시점에 통보했다면 환불이나 무료 변경 외에 추가로 보상할 의무는 없다.
정씨의 경우 예약 당시 지불한 왕복 항공권은 90만원대였지만 현재 동일 노선 가격은 2배 이상 치솟아 환불받더라도 타 항공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사가 제공하는 '7일 이내 일정 변경' 옵션도 직장인들의 연차 일정이나 숙박 예약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한 보상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숙박업소 위약금과 현지 일정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역시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다.
정씨는 "생애 한 번뿐인 신혼여행인데 두 달을 남기고 의도치 않게 일정이 바뀌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계획해야 한다"며 "환율도 비싼데 항공권 가격까지 뛰어 비용 부담이 막대하지만 항공사는 해줄 게 없다는 태도여서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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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현행 분쟁 해결기준으로는 소비자가 예약한 숙박 등 일정 변경에 따른 간접 손해를 입는 구조"라며 "항공사들이 비상 경영에 들어갈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예약이 완료된 노선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