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씽' 엄태구 "귀엽지 않으면 죽겠다는 마음으로 해" [인터뷰]

한수진 ize 기자
2026.06.03 07:30

'와일드 씽'서 혼성그룹 트라이앵글 래퍼 구상구 役
"도전 수치 9.9점…랩·코미디 겁났다"
"강동원 헤드스핀 보며 숙연, 누 되면 안 되겠다 생각"

배우 엄태구가 영화 '와일드 씽'에서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래퍼 구상구 역을 맡아 랩, 춤, 코미디 등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는 랩과 안무 연습을 위해 5개월간 JYP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오갔으며, 코미디 연기를 위해 주변에 계속 확인하며 상구의 진심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엄태구는 강동원의 노력에 자극받아 열심히 연습했고, 뮤직비디오 촬영 당일 '귀엽지 않으면 죽겠다'는 마음으로 임해 윙크와 제스처를 선보였다.
배우 엄태구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엄태구가 마이크를 잡고 윙크를 날린다. 낮고 거친 목소리로 랩을 뱉어내다 말고 무대 위에서 있는 힘껏 귀여운 척을 한다. 늘 어둡고 무거운 얼굴로 장르물의 공기를 바꿔놓던 그 배우가 이번에는 2000년대 혼성 댄스 그룹의 막내 래퍼가 됐다.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뭉치는 코미디다. 강동원은 생계형 방송인이 된 리더 황현우, 박지현은 재벌가 며느리가 된 센터 변도미, 엄태구는 솔로 앨범 실패 후 빚더미에 앉은 보험 설계사이자 폭풍래퍼 구상구를 연기했다.

그중에서도 상구는 엄태구에게 낯선 것 투성이인 인물이었다. 랩을 해야 했고, 춤을 춰야 했고, 코미디를 해야 했다. 심지어 귀여워야 했다. 엄태구는 최근 아이즈(IZE)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와일드 씽'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도전"이라는 한 단어를 꺼냈다.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일단 자신 없는 부분도 있었고 다른 분이 하면 더 잘할 것 같았어요. 뭐 하나만 새로 하는 게 아니라 장르도 새롭고 캐릭터도 새롭고, 랩이랑 코미디까지 갭이 크다 보니까 겁이 났어요. 매 작품이 사실 도전이긴 해요. 이번에도 사실 도전 말고는 하게 된 이유가 특별히 떠오르지 않아요. 숫자 10으로 도전 수치를 따지자면 9.9점이에요."

배우 엄태구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구가 맡은 상구는 정통 힙합 전사를 꿈꿨지만 현실에서는 그룹 내 존재감이 희미했던 막내 래퍼다. 그룹 해체 후 솔로 앨범과 화보집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남은 것은 빚뿐이다. 보험 설계사로 근근이 버티던 그는 현우의 재결성 제안 앞에서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는다. 웃기지만 처연하고, 어설프지만 진심인 인물이다.

상구를 위해 엄태구는 5개월 동안 JYP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오가며 랩과 안무를 연습했다. 실제 아이돌 연습생처럼 출근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그는 잘하기 위한 욕심보다 상구답게 부족하고도 절실한 에너지를 찾는 데 집중했다.

"5개월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차피 못하니까 매번 가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제가 랩을 5개월 동안 열심히 한다고 해도 어차피 못할 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상구가 열정은 있는데 주변에서 '네 랩이 랩이냐'고 무시받는 캐릭터잖아요. 어느 정도 배웠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는 느낌이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가 더 크게 부딪힌 벽은 랩보다 안무였다. 특유의 굵은 목소리와 진지한 얼굴로 랩을 소화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몸으로 리듬을 만드는 과정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와일드 씽' 속 엄태구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랩보다 안무 연습이 더 어려웠어요. 랩도 어렵지만 안무가 진짜 어렵더라고요. 간단해 보이는 것도 춤선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제가 하면 체조 같고요. 정해주신 것보다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랩이랑 안무는 100% 선생님만 의지했어요."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보낸 시간은 엄태구에게 신기하고 낯선 경험이었다. 그는 "선생님 방에서 레슨을 받는데 근처가 박진영 피디님 부스였다. 정말 신기했다"고 떠올렸다. 현장에서는 강동원의 노력이 또 다른 자극이 됐다. 극 중 댄스머신 현우 역을 맡은 강동원은 직접 헤드스핀까지 소화하며 무대 장면을 준비했다.

"강동원 선배님이 프리즈를 하기 위해 연습실 갈 때마다 넘어지는 걸 많이 봐서 옆에 있으면 되게 숙연해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신인 배우가 처음으로 어떤 캐릭터를 맡고 잘해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강동원 선배의 노력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도 JYP엔터테인먼트에 가서 열심히 연습했죠. 누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엄태구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코미디 역시 엄태구에게는 큰 과제였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웃긴지 몰라 주변에 계속 확인했다고 했다. 웃음을 계산하기보다 어색하지 않게 상구의 진심을 밀고 가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가 뭐가 웃긴지 모르니까 연기하는 친한 동생을 불러서 '이게 웃기냐, 저게 웃기냐, 요게 웃기냐'고 물어봤어요. 이렇게까지 많이 물어본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그 친구한테 많이 고마웠습니다. 애드리브가 거의 없었고 딱 하나 했는데 진짜 안 웃겨서 비밀입니다."

'와일드 씽'의 또 다른 화제 포인트는 트라이앵글의 데뷔곡 'Love is'(러브 이즈) 뮤직비디오다. 중독적인 멜로디 속에서 엄태구는 상구의 어설픈 스웨그와 귀여움을 동시에 발산한다. 윙크와 손짓, 다소 과한 제스처는 모두 엄태구의 계산된 준비처럼 보이지만 사실 상당 부분은 촬영 당일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뮤직비디오에서 윙크하고 이런 제스처는 연습한 건 아니었어요. 귀여운 척하고 그런 건 촬영 당일에 정해진 거였어요. 안무 선생님이 상구가 좀 귀엽게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제가 진짜 즐기면 귀여운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무대 뒤에서 '이 자리에서 귀엽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는 마음으로 해서 제가 가진 모든 귀여움이 나왔던 것 같아요. 좀 쑥스럽긴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윙크를 반복했어요."

배우 엄태구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상구의 랩 가사에는 엄태구의 아이디어도 담겼다. 그가 상구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랩 선생님이 라임을 맞춰주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짧은 파트였지만 엄태구는 아직도 그 랩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상구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랩 선생님이 라임을 맞춰주셨다. 그런 식으로 가사를 적었다. 길지는 않았는데 아직도 그 가사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엄태구가 본 상구는 랩을 못하지만 랩을 사랑하고, 무대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며, 그 마음의 끝에는 부모님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까지 품은 사람이다.

"상구는 랩을 진짜로 사랑하는 것 같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대중에게 자기가 갈고닦은 걸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대사를 보면 부모님께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솔로 3집을 아버지가 빚내서 내주신 거고 엄마 이야기하다가 울기도 해요. 여러 가지가 담긴 것 같아요."

낯선 코미디를 지나며 엄태구 자신도 조금 달라졌다. 그는 여전히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과거보다 현장에서 말을 더 많이 하고 장난도 친다고 했다. 스스로를 "조금 사회화가 됐다"고 표현했다.

"예전보다는 현장에서 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제 할 말도 하는 편이거든요. 내향인인데 조금 사회화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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