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집값 올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김희정 기자
2019.08.29 04:00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서울 주택매매가격을 연간 1.1%포인트(p) 하락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한 달 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전망과 향후과제 분양가상한제 확대도입 영향' 보고서의 내용이다. 그로부터 2주 후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요건을 완화했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난 현재 서울 집값은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의 예측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0.4% 상승했다. 단독주택은 0.47%, 연립주택도 0.3% 올랐다. 단기 집값상승률과 연간 집값 하락효과 전망을 단순 비교해 돌을 던질 순 없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앞둔 7월 서울아파트값 상승률(0.37%)보다 상승폭이 오히려 커진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대로라면 "개발이익이 줄어들면서 높은 자본이득을 얻으려는 투자수요가 감소하고 높은 분양가로 인해 주변 재고주택의 가격을 동반 상승시키는 효과도 차단"돼야 정상이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심리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며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되는 실행 이후의 집값 하락 효과를 '연간' 기준으로 예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감정원도 28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3기 신도시 주택공급방안 등 정부의 시장안정화 정책으로 올해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 연간 기준 수도권은 집값이 1.2% 하락해 1~7월 누적 하락분(0.97%)에서 8월 이후로 0.23%p(포인트) 추가로 빠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정작 서울 집값에 대해선 실수요가 풍부한 서울 및 인접 수도권 지역은 안정세라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지역이 바로 '서울 및 인접 수도권' 지역이 아니던가.

앞서 감정원은 7월 서울 아파트값이 1.72% 하락했고, 주택 매매가가 0.86% 하락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이 통계대로라면 국토부가 집값이 빠졌는데도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얼토당토한 정책을 폈다는 얘기가 된다.

선의로 시작했으나 설익은 정책과 그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꿰맞춰진 통계, 시장전망 자료들이 또 다른 시장왜곡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양가상한제 확대 발표 이후 급등한 서울 강남 신축아파트 시세가 그 증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무리 '청약이 대박, 재건축은 쪽박'일지라도 강남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청약가점이 70점은 돼야할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로 서울의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란 불안감이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통상 주택시세를 주도하는 것은 강남 재건축 등 '투자' 상품인데, 일반 아파트가 시세를 주도하는 건 극히 비정상적이란 설명이다. 더이상 실수요자의 불안을 높여 비정상을 부채질해선 안 된다. 상한제 적용지역 선정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