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위원 교체·교수가 80%…공공기관 경영평가 엉터리인 이유

이소은 기자
2021.07.15 14:00

[MT리포트]공공기관의 저승사자, 경영평가의 속살②

[편집자주] 땅투기 사태를 빚은 LH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선 줄곧 최상위 점수를 받았다가 결국 토해내게 됐다. 코로나 비상경영을 한 코레일은 경영관리 부문 최저등급을 받고 사장이 사표를 냈지만 공정한 평가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와중에 경영평가 오류로 10개 공공기관의 평가등급이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경영평가제도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다. 38년간 이어져 오면서 공공기관 종사자 수십만명의 성과급을 쥐락펴락하는 경영평가 제도의 실태를 들여다 봤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담당하는 평가위원들이 정권 교체 시기에 대거 물갈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5~2016년(평가년도 기준)에는 77명이 자리를 지켰으나 정권이 교체된 2016~2017년에는 39명만 유지됐다.

특히 평가위원 가운데 교수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어 공공기관 현장과 괴리가 있을 뿐 아니라 전문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공공기관이 경영평가에 대비해 '보험용'으로 특정 교수에 연구용역을 몰아주는 관행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용역 발주처인 공공기관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된 평가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올해 발생한 경영평가 오류 역시 주먹구구식 운영 방식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유지기엔 60% 유지, 교체기엔 60% 교체.. 객관적·전문적 평가 어려운 한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위원은 매년 말 공고를 통해 선발절차를 거쳐 선정된다. 교수,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박사 학위소지자, 공인회계사·변호사, 시민·사회단체 추천자 등 민간 전문가 100여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공공기관 종사자 30만명의 성과급과 기관장 해임 건의 등을 결정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국회의원, 정부 고위인사들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보니 정권이 교체되면 평가위원도 대거 물갈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정권 유지기에는 전년도 평가위원의 상당수가 다음해에도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가 2015년과 2016년, 2017년 3개년의 평가단을 비교한 결과,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5년과 2016년에는 전체의 절반을 크게 웃도는 인원이 그대로 유지됐다. 2016년을 평가한 총 119명의 평가위원 가운데 65%인 77명이 전년도 명단에도 있었다. 특히 2015년 부단장을 맡았던 박순애 서울대 교수가 다음해에는 단장이 됐고 간사 5명 중 3명이 전년도 평가위원 출신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로 넘어가던 2016년과 2017년을 비교했을 때는 전년도 평가위원의 39명(39%)만이 다음해까지 자리를 지켰다. 문 정부 들어 첫 평가였던 2017년도 평가단 총 99명 가운데 60명은 새로 선정됐다. 간부단 역시 대부분 새로 구성됐다. 단장 2명을 포함한 간부단 6명 가운데 1명만이 전년도 평가위원 출신이었다.

당시 기재부는 특정 인사들이 좌지우지 하는 관행을 고치기 위해 평가단 교체 비율을 기존 30%에서 60%로 높였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권 교체시기와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 평가단도 물갈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또한 정부 성향에 맞는 곳으로 대거 교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후 문 정권 하에서 이뤄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평가단 교체 비율이 다시 50%대로 낮아졌다. 2020년도 평가단 총 108명 중 49명이 전년도 평가위원 출신으로 확인돼 교체비율은 54% 수준에 머물렀다. 단장 포함 간부 6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한 4명이 모두 전년도 평가위원 출신이었으며 준정부기관 평가단 단장은 같은 인물로 유지됐다.

교수 비율 80%…기재부·공기업로부터 독립 안돼

평가단 구성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이 교수라는 점이다. 교수 비율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에는 평가단 총 161명 가운데 104명(65%)이 교수였지만 2016년 119명 중 79명(66%), 2017년 99명 중 81명(81%), 2020년 평가에서는 108명 중 90명(83%)까지 불어났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교수들만 좋은 제도"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학자들이다보니 현장 상황이나 실무적인 부분을 제대로 평가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다.

연구용역을 수주해야 하는 교수들이 발주자인 공기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2013년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이 경영평가단 교수에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로비성 활동을 펼쳐 논란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교수 대부분이 기획재정부 영향력 하에 있다는 점도 문제로 삼는다. 실제로 2020년도 평가단 중 박춘섭 공기업1군 평가단 단장은 기재부 예산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냈고 경영관리 간사인 유승원 교수도 기재부 재정정책국 예산실 서기관 출신이다. 기재부 관련 학회 출신 교수도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공공기관 비상임이사를 제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조직의 주요결정에 깊숙히 관여할 수 있고 경영평가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LH 사태' 같은 문제가 터졌을 때는 책임에서 한발 물러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번 '2020년도 공공기관 평가 오류' 사태 역시 이같은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단이 평가 과정 중 비계량 지표 중 4개 항목 배점을 잘못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면서 10개 기관의 등급이 조정됐다. 기재부는 평가단장과 위원에게 책임을 물어 해촉했지만 이번 일로 주먹구구식 운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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