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붐 멈추나'…삼성물산·현대건설 네옴시티 공사 계약 해지

남미래 기자
2026.03.17 16:26
네옴시티 더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NEOM City)가 자금 조달 문제로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국내 건설사들에게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미 공정이 절반가량 진행된 프로젝트마저 계약이 해지되는 등 사우디의 재정 부담이 우리 기업의 실적 악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사우디 네옴컴퍼니로부터 2022년 6월 수주한 터널 프로젝트 계약이 해지됐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총 사업 규모는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현대건설의 지분은 약 7231억원 수준이다.

해당 사업은 사우디 타북주에 조성되는 네옴시티 지하 터널 가운데 약 12.5㎞ 구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그리스 건설사 아키로돈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당초 터널은 네옴시티 핵심 프로젝트인 선형 도시 '더 라인'(The Line) 지하에 건설될 예정이었다. 사우디 정부는 이 터널을 통해 고속도로와 지하철, 화물 운송용 철도를 운행하는 교통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이번 계약 해지는 사우디 정부의 재정 악화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했던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사우디 정부의 재정 적자는 급격히 불어났다.

사우디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2766억사우디리얄(SAR, 약 74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한다. 사우디 재정적자는 2023년 이후 3년 연속 지속되고 있으며 적자 규모도 2023년 810억리얄, 2024년 1150억리얄 등 매년 확대되고 있다.

재정적자 누적에 사우디 정부는 이미 2024년부터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개발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를 조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번 프로젝트의 공사 기한은 지난해 12월 29일까지였지만 지난해 9월 기준 공정률은 47% 수준에 그쳤다. 한동안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했다는 방증이다. 현대건설 역시 이번 계약 해지 사유에 대해 "발주처의 사업 재편에 따른 계약 해지 요청"이라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 해지로 인한 현대건설의 재무적 손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기준 현대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터널의 공사진행률은 약 47%였으며 공사미수금은 약 495억원 수준이다. 투입된 비용에 대한 정산이 완료돼 재무적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으며 투입분에 대한 정산은 모두 완료됐다"며 "해지 금액 등 세부 합의 조건은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이번 계약 해지가 중동 인프라 사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네옴시티 외에도 올림픽 유치와 다양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네옴시티 사업이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가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경우 국내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도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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