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차·침하 알고도… '현장 통제' 없었다

단차·침하 알고도… '현장 통제' 없었다

배규민 기자, 남미래 기자
2026.05.28 04:00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
하루 3시간 촉박한 작업진행… 충분한 보강·안전조치 미흡
복합적 하중 쏠림 원인 분석, '점검 명분' 인력 투입 도마위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와 관련해 사고 수 시간 전부터 구조물 침하 등 이상징후가 감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구조물 이상징후 발생 이후 공사를 중단하고 긴급 안전진단에 나섰지만 점검과정에서 결국 구조물이 붕괴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구조물 상태에서 거더를 지지하던 가로보 절단이 이뤄지면서 하중 분산구조와 균형이 무너졌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는 전날 오후 2시33분쯤 서울 중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사고지점은 경의중앙선 철도 위를 지나는 과선(철도·도로 교차) 구간이다. 현장에서 안전점검이 진행되던 중 고가 구조물과 공중비계 일부가 무너져내리면서 안전점검 인력을 비롯한 총 6명이 사상했다.

사고의 조짐은 새벽 철거작업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1시30분 슬래브(S9) 절단작업이 시작됐고 오전 2시30분에는 슬래브 단차가 목격됐다. 현장에서는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거더처짐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처짐방지 조치(플레이트 설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구조 이상징후가 이어졌다. 오전 7시30분쯤 G15~G14 교각 사이에서 약 29㎜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오전 9시20분 현장 관계자로부터 유선보고를 받았고 오전 10시50분 감리단과 시공사, 시 관계자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와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논란은 이상징후 발생 이후에도 현장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된다. 사고 당시 현장 아래로는 경의중앙선 철도가 정상운행 중이었고 도로통행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통제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긴급점검을 진행하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구조 이상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 위험상태인지 판단하려면 현장점검이 필요했다"며 "점검결과에 따라 후속 통제조치를 검토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전인 오후 1시40분부터는 서울시 관계자와 안전진단 전문가, 외부 전문가 등 총 9명이 참여한 긴급 안전진단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서울시 관계자 3명과 안전진단 전문가 2명, 외부 전문가 1명 외에도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비상주 감리가 함께 투입됐다.

왜 위험구조물 아래로 직접 들어갔느냐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거더 하부상태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공중비계가 거더 하부를 가리고 있어 드론이나 상부 육안점검만으로는 구조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현장에서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콘크리트 코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콘크리트 코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침하가 발생하는 등 이미 붕괴징후가 나타난 구조물 하부로 직접 인력을 투입하는 판단이 불가피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한 건설안전 관련 전문가는 "육안으로 뚜렷이 확인될 정도의 단차가 발생했다는 건 구조물의 안정성이 극도로 취약해졌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언제든 구조물이 붕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노후 구조물 상태에서 슬래브와 가로보 절단이 진행되며 구조 하중균형이 흔들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원래는 구조물이 전체로 연결돼 하중을 분산시키는데 절단과정에서 구조적 균형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중비계 무게와 작업자 하중, 철도운행에 따른 진동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위험여부를 확인하려고 접근한 사람들이 사고를 당한 것 자체가 현재 안전점검체계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철도운행으로 작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충분한 안전조치와 구조보강 작업이 어려웠을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시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철도운행으로 새벽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하루 3시간만 작업이 가능했다.

서울시는 현재 잔여구조물 철거와 철도운행 재개를 병행 추진 중이다. 이날 오전 고용노동부에 작업계획서를 제출했고 공사재개 심의를 거쳐 철거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철도운행을 재개하기까지는 약 40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중부 교량철거와 슬래브 제거, 전차선 복구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한 뒤 철도운행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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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남미래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남미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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