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 성장 꿈꾸는 베트남…K금융도 함께 달린다

하노이(베트남)=이창명 기자
2026.06.11 05:10

[2026 금융강국코리아]②-<1>KB국민은행 하노이 지점

[편집자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공급망 재편 속 국내 금융권의 해외사업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현지 교민과 지상사 대상 소매금융 중심 모델에서 CIB(기업금융), 우량 로컬 기업, 인프라 금융을 아우르는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K금융의 최전선을 직접 찾아 새로운 성장 모델과 생산적 금융의 실체를 짚어본다.
출근시간 베트남 하노이 도로 위를 달리는 바이크들의 모습/사진=이창명 기자

지난 4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맞이한 첫 아침은 도로 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바이크와 함께 시작했다. 도심 한복판부터 비좁은 골목까지 이들의 아슬아슬한 주행이 하루 종일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활기 넘치는 장면 덕분에 하노이에선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생기가 느껴진다.

베트남 경제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11개국 가운데 베트남은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약 6.3%)이 가장 높다. 지난해엔 3년 만에 다시 연간 경제성장률 8%를 넘어섰다. 2022년 성장률이 엔데믹 기저효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 1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자리를 잡고, 인구 1억명이 넘는 탄탄한 내수소비가 뒷받침한 결과다. 국내 기업들도 이와 같은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이미 진출해 있고, 국내 은행들은 기업을 따라 현지화 전략과 다양한 서비스를 앞세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입국 당시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은 물론 하노이 시내 어디서든 삼성이나 롯데 등 익숙한 국내 기업이나 은행 광고, 현대차나 기아 로고가 붙은 차량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이 들어선 도심의 경남랜드마크72 타워에도 국내 기업과 은행 간판이 줄줄이 붙어 있다. KB국민은행은 이곳에서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을 위한 기업금융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다양한 금융지원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경제성장률(GDP성장률) 추이/그래픽=윤선정

베트남엔 수많은 국내 기업 성공 사례가 있지만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여러 기업들이 베트남의 잠재력만 믿고 진출했다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현지 기업들은 함께 진출한 국내은행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도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고객이 화재로 생산설비를 잃으면서 경영난에 처했을 때 자금회수보다 금융지원으로 회생시킨 적이 있다. 현지에서 이뤄진 생산적금융 사례인 셈이다.

지난해 1월부터 지점장을 맡고 있는 소한조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장은 "당시 기업의 기술력과 거래처, 향후 성장 가능성을 종합 검토해보니 정상화 가능성이 높게 판단됐다"며 "그래서 필요한 금융지원을 이어갔고, 이후 생산시설이 복구되고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며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정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 팀장도 "이런 사례를 통해 개인적으로도 기업 고객이 일시적인 위기를 겪을 때 단순히 재무제표만을 보면 안된다는 점을 배웠다"며 "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 살피고,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2011년 베트남 호치민에 처음 지점을 열었지만 하노이엔 경쟁사보다 뒤늦은 2019년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제는 하노이의 젊은 인재들이 국민은행 입사를 위해 줄을 설 정도로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하노이지점엔 주재원 5명과 현지직원 26명이 근무하고 있다.

응우옌 티투짱씨(맨 왼쪽)와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 현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제공=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

이날 만난 응우옌 티투짱(30)씨도 베트남 최고 명문대인 국립 하노이대학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통 베트남 현지 젊은이들의 근속기간은 2~3년으로 짧은 편이지만 응우옌씨는 이곳에서 5년째 근무중이다. 그는 능숙한 한국어로 "베트남에서도 은행원이 안정적인 직업이고 처우도 좋다고 알려지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라면서 "친구들도 은행에 대해 자주 물어보고 부모님도 제가 입사한 이후 매우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고속성장중인 베트남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베트남 경제를 지탱해온 인구 측면에서 위기가 감지된다. 2024년 베트남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1.91명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엔 정부의 부양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1.93명에 그쳤다. 베트남 인구가 유지되기 위해선 합계출산율 2.1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결혼연령도 늦춰지는 추세다. 미혼인 응우옌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통 베트남 여성은 20대 초반에 대부분 결혼을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30대가 되도 미혼인 여성이 많고, 점점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베트남의 생산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인구 황금기'의 끝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베트남 정부가 2030년까지 연평균 10% 성장을 목표로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격적인 저출산·고령화라는 함정에 빠지기 전에 경제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는 각종 인프라 건설부터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 초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은행들도 여기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소 지점장은 "베트남 정부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초대형 프로젝트를 통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며 "여기에 이미 국내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움직이면 저희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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