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기' 태권도, 日가라테 이기기 위한 전제조건

이원광 기자
2016.10.07 05:00

[기자수첩]

"잘 쓰고 있다고 믿을 뿐입니다."

한 스포츠용품 업체 대표는 "올림픽 정식종목과 관련 스포츠기업들이 해당 종목 연맹에 공인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간 매출 수십억원의 중소기업으로서 부담이 적잖다는 토로다.

용품의 품질에 따라 경기의 질이 좌우되는 종목의 경우 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원한다면 이같은 관행은 일견 불가피해 보인다. 다수의 세계 연맹들은 엄격한 공인 과정을 거치는 한편,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 앞서 해당 조직위원회에 우수 업체를 추전해 원활한 대회 운영과 종목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문제는 강소기업을 꿈꾸는 국내 스포츠기업들의 다수가 영세하다는 점이다. 각종 종목에서 메달을 휩쓰는 올림픽 강국이지만 정작 산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 스포츠의 현실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수억원의 고정비용은 스포츠기업의 존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국기' 태권도도 예외는 아니다. 올림픽 정식종목인 태권도 경기에서 전자호구와 헤드기어, 발보호대 등 각종 용품과 시설, 경기 관리 시스템 등이 사용된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세계태권도연맹에 해마다 공인비 수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세계연맹 산하 아시아태권도연맹, 팬아메리카 태권도연맹, 유럽태권도연맹, 아프리카 태권도연맹, 오세아니아 태권도연맹 등 5개 대륙별 연맹에도 별도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 조직위에도 수억원의 제품을 무료로 지원하는 등 추가 비용이 든다.

연구 개발과 제품 생산에 전념해야 할 중소기업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공인비 등으로 지출하는 구조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인을 받아야 하는 '을'인 기업이 '갑'인 연맹에 이같은 비용들의 사용 내역을 확인하자고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의 불필요한 비용 증가는 장비의 연구 개발에 대한 충분한 투자를 어렵게 하고, 결국 해당 종목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국기' 태권도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의 가라테와 한판승부를 앞둔 가운데 일명 '닭싸움' 논란을 끝내고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태권도의 공인비 관행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