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홍종학 중기부 장관의 '휴식론'

지영호 기자
2018.03.16 08:43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위해 찾은 대전정부청사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회의실. 이곳엔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게시물이 있다. 바로 ‘근무혁신 상황판’이다. 쉽게 말해 중기부 내 노무관련 각종 현황을 기록한 표다.

재미있는 것은 연차 사용현황을 부서별로 구분해놓았다는 점이다. 현황판을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지역특구과는 전체 연차부여일 중 1.45%만 썼고 옴부즈만지원단은 14.81%를 사용한 것으로 기록됐다. 어느 부서가 적극적으로 연차를 소진하는지 한눈에 따져볼 수 있는 구조다.

상황판이 붙어 있는 회의실은 장관을 비롯해 실·국·과장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자연스레 타 부서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연차를 사용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중기부 주간간부회의는 매주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변경됐다. 중기부 내부 익명게시판인 ‘아무말대잔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월요일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일요일에 출근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해달라는 무기명 요청에 홍 장관이 호응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홍 장관은 “중기부를 글로벌 혁신기업인 구글처럼 혁신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면서 수차례 ‘휴식’을 강조했다. 그는 “(중기부가) 최고의 일·가정 양립 부처가 됐으면 한다”며 “휴식이 있어야 공부를 할 수 있고 학습부서가 돼야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회의실에 ‘근무혁신 상황판’을 걸어놓은 것도 혁신부처로 발돋움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인 셈이다.

홍 장관은 지난달까지 업무파악과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로 주말근무를 일상화했다. 이러다 보니 취임 후 현재까지 사용한 연차일수는 ‘0일’이다. 장관은 간부회의에서 주어진 연차를 반드시 모두 소진하겠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연차를 모두 쓰는 대통령’을 표방했다.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조직구조를 만들자는 거다. 일·가정 양립에 얼마나 솔선수범하는지 연말쯤 홍 장관의 연차사용률을 챙겨볼 요량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