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상선으로 갈아타라고?

황시영 기자
2016.09.12 06:33

"새로 선사를 선택하게 되면 운임이 싼 외국 선사로 갈 것 같습니다."

김치 등을한진해운미주노선으로 수출하는 식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년간 한진해운과 거래해왔지만,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컨테이너선의 발이 묶이게 되자 식품 하역을 못해 피해를 입었다. 다음번 실어 나를 배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는 현대상선 대체선박을 활용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대체선박은 운임이 비싸다. 정기선이 아닌 만큼 돌아오는 길은 빈 배일 가능성이 커서 운임이 비싸지는 것이다. 이 업체는 다음번 신선식품은 스위스 MSC의 배에 실을 예정이다.

화주가 40년 운송 노하우를 갖고 있던 한진해운에서 쉽게 현대상선으로 옮겨갈 수 없는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수출 물품을 실어나르는 국적 선사 하나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

국내 업체들은 30~40년간 국적 선사란 이유로 한진해운과 장기 운송 계약을 맺었지만, 새로 선사와 계약한다면 현대상선과 외국 선사의 운임을 비교해 볼 수 밖에 없다. 운임으로 장사하는 포워딩업체(중소 화주의 화물을 모아 물류대행)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진해운의 공백을 틈타 싼 운임으로 화주를 유혹하는 머스크, MSC 등 글로벌 해운 공룡들이 한국 해운 물류 시장을 장악하면 운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해운동맹 2M에서는 머스크가 운임을 결정하고 있고, 현대상선 하나만으로는 버거운 싸움이 될 수 있다. 외국선사들은 상하이항이 환적비용을 더 싸게 제시한다면. 부산항을 거점 항구로 쓸 이유도 없다.

한진해운 사태는 한진해운 직원 생계만 걸린 일이 아니다. 부산항만 관련 종사자들, 나아가 국가 해운 물류산업과 수출,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일이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예측하지 못했던 정부와 부실경영을 초래한 전·현직 경영진이 시급히 필요한 돈을 투입해 물류대란을 해결하고, 한진해운의 기능을 살려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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