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CEO(최고경영자)들이 오는 10월 파리로 총출동한다. '2030 엑스포' 개최지 경쟁이 최고조로 치닫는 시기,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부산 승리의 발판을 놓겠다는 최태원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10월 하순으로 예정된 'CEO 세미나'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CEO들이 일제히 파리로 향하는 것은 '2030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서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28일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 투표로 결정되는데, BIE 회원국 파리 주재 대사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이에 SK그룹은 결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 주요 그룹사의 CEO들이 일사불란하게 파리 현지를 누비며 부산 엑스포 홍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요 그룹사 CEO들은 각각 부산 엑스포 유치를 호소할 BIE 회원국을 분담, 사실상의 '밀착 전담마크'로 각국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30 엑스포 부산 개최의 당위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SK그룹의 비즈니스와 연계한 협력 카드도 회원국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10월 중·하순 열리는 SK그룹의 CEO 세미나는 최 회장을 비롯한 그룹의 최고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6월 확대경영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그룹의 3대 경영전략 논의 연례행사 중 하나다. 특히 10월 세미나는 연중 가장 마지막 이벤트로, 계열사 CEO들은 한 해를 돌아보고 최 회장의 경영 키워드를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재정비와 신년 청사진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진다.
파리에서의 CEO 세미나가 성사되면, 지난 2009년 중국 이후 오랜만의 해외 개최 사례로 기록된다. SK그룹은 과거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 전략시장 진출을 화두로 CEO 세미나를 개최했지만, 2010년 이후로는 줄곧 이천·제주 등 국내의 거점에서 CEO 세미나를 열었다.
무려 14년 만의 CEO 세미나 추진은 무엇보다도 최 회장의 '엑스포 열정'에서 비롯됐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부산엑스포 유치위 공동위원장 겸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 회장은 민간 영역에서 어떤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6월 테니스를 하다 발목을 다친 직후에도 '부산엑스포' 로고가 담긴 홍보 패드를 목발에 부착하고, 해외 출장지마다 부산 마케팅에 전력투구해 왔다.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도 최 회장은 "엑스포를 개최하면 60조원가량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대한민국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돈 벌자고 엑스포 하자는 게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63개국의 지원을 받던 나라가 70년 후 10대 경제 강국이 됐고, 이제는 인류를 위해 엑스포로 보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최지 선정을 100일가량 앞둔 현재 판세는 안갯속이다. 우리나라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가 경합 중인데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 국가만 약 70개국에 달해 가장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1차 투표에서 어느 한 곳이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1·2위 결선투표가 기다린다. 부산이 결선에 향할 경우, 3위 국가의 표를 흡수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