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 박사, 10년 작업 끝에 《죄와 벌》부터《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완역 합본판 및 굿즈 공개
-낮에는 패션 기업가(스페이스눌 대표), 새벽엔 번역가로서 세계적으로도 드문 4대 장편 1인 완역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정수 '소스트라다니예(сострадание, 연민)' 전도사 자처, "인류의 유일한 존재법칙"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은 김정아 박사의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1인 완역 출간을 기념해 알라딘 '본투리드 프로젝트'를 통해 이번 합본판을 단독 공개했다. 김정아 박사는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국내 최초로 1인 완역해 최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만지는 그간 제보된 오탈자를 수정하고 추가 주석을 반영한 최신 원고를 한 권으로 묶었으며, 삽화 109점도 전면 재편집했다고 밝혔다. 작가에 대한 글 15쪽을 새로 수록하고, 문학평론가 드미트리 메레시콥스키의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중 작가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주요 대목 27쪽도 발췌해 실었다.
또한 4대 장편의 배경이 되는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도를 책과 함께 제공한다. 지도에는 건물과 도로명은 물론 잡목과 웅덩이까지 세세하게 담겨 있다. 도스토옙스키 흉상과 육필 원고를 프린팅한 티셔츠도 알라딘 단독 사은품으로 구성했다. 흉상은 조각가 니콜라이 라베레츠키가 제작한 도스토옙스키 묘비 조각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티셔츠는 도스토옙스키가 직접 집필한 《악령》 원고를 모티프로 제작했다.
김정아 번역가는 30년 이상 도스토옙스키를 연구해 온 슬라브문학 박사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슬라브어문학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죄와 벌》 번역을 시작으로 《백치》와 《악령》을 잇달아 출간했으며, 지난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완역하며 전례 드문 성과를 완성했다. 이번 합본판은 총 2400쪽으로, 일반 단행본 기준 약 6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한국 장편소설 중 사실상 최장편급으로 자주 언급되는 박경리의 25년 집필 대하소설《토지》가 총 5부 20권·총 8000여쪽인 점을 고려하면,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의 방대함을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어는 형태론적 언어 유형상 매우 강한 '굴절어'에 속한다. 시제·격·수·인칭 등에 따른 문법 형태 변화가 복잡하고 불규칙성도 많아, 섬세한 심리와 정서를 묘사해야 하는 소설가·문인들에게는 이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로 평가된다. 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학습 난도가 매우 높고, 특히 문학 번역의 경우 극도의 집중력과 언어 감각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19세기 장편 러시아 사실주의(Realism) 문학을 번역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 박사가 지난달 샘터를 통해 출간한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를 보면, 10년에 걸친 번역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눈물, 질환을 겪으며 4대 장편 완역에 매달렸는지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김정아 박사의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1인 완역은 여러 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 가장 성실한 번역이자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살린 번역이라는 평가
4대 장편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사상과 문제의식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유의 문체 역시 작품마다 결이 이어져 있어 여러 사람이 나눠 번역할 경우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김정아 박사는 러시아어 원전은 물론 영어·일본어 번역본과 기존 국내 번역본까지 대조하며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와 뉘앙스를 세밀하게 살렸다. 기존 번역본의 오역과 누락도 100여 곳 이상 보완했다.
김 박사는 "도스토옙스키는 낡은 고전이 아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읽히고 해석되는 작가"라며 "제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확한 번역이 아니라 살아 있는 번역이었다. 러시아어의 숨결과 페테르부르크 거리의 공기가 한국어 페이지 위에서도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언론에서는 그를 "도스토옙스키와 영혼이 연결된 번역가"라고 평가하고 있다.
▶ 21세기에 다시 읽히는 도스토옙스키… "인류의 유일한 존재법칙, 연민"
지크문트 프로이트, 프리드리히 니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20세기 거장들이 도스토옙스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만큼, 그의 4대 장편은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프로이트는 "세계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라 평했고, 니체는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던 유일한 심리학자였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과학자보다도 도스토옙스키에게 배운 것이 훨씬 많다"고 언급했다.
김정아 박사는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핵심을 '소스트라다니예(сострадание·연민)'라고 정의한다. 이는 '고통을 함께한다'는 뜻으로, 도스토옙스키가 말한 "인류의 유일한 존재법칙"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유형 생활과 가난, 도박, 간질, 자식의 죽음 같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고통받는 인간들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인간 사이의 연민과 구원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건하려는 치열한 탐구를 담고 있다.
일리노이대 유학 시절 김 박사의 삶도 치열했다. 통상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는 데 10년 안팎이 걸리지만, 그는 어린 두 딸을 키우며 고된 시간과 눈물을 견뎌낸 끝에 4년 반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치 소울메이트였던 '도선생님'처럼, 한 대상에 깊이 천착하며 탐구에 몰입했던 것이다.
▶ 새벽에는 번역가, 낮에는 패션 기업가… "인생의 무게중심은 새벽"
김정아 박사의 또 다른 이력은 중견 패션 기업가. 그래서 더욱 놀랍다. 그는 새벽 2시 무렵부터 번역 작업에 몰두한 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패션기업 (주)스페이스 눌(space Null)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브랜드 DEVASTEE(데바스테·스페이스 눌의 글로벌 판권 운영), 이탈리아 MARYLING, 벨기에 Stephan Schneider, 영국 Bora Aksu 등 10여 개 해외 브랜드를 국내 주요 백화점 편집숍과 단독 매장,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소개해왔다. 패션 인문학을 접목한 《패션MD 시리즈》를 출간하며 '패션MD 업계의 바이블'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또한 콜롬비아 와유족의 전통 손뜨개 가방 '모칠라'에 매료돼 현지를 직접 탐방한 뒤 국내에 소개했고, 콜롬비아 안내 서적《라틴 아메리카의 보석 콜롬비아》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10여년 간 한국과 콜롬비아 양국의 문화와 경제 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2024년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패션 사업 역시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또한 영어·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스페인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다국어 역량을 바탕으로 폭넓은 글로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박사는 패션 전문지 '패션비즈'에 인문학적 통찰로 패션과 유통의 세계를 분석하는 칼럼 '어느 인문학자의 패션 오디세이'를 장기 연재 중이다.
김 박사는 "새벽의 시적인 삶이 낮의 치열한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라며 "앞으로도 인문학과 패션, 두 세계를 함께 품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으로 우직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의 참된 에너지의 원천은 저서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마지막 부분에서도 감지된다.
"그는 내게 부를 준 것도 아니고, 편안한 삶을 준 것도 아니다. 그저 길을 주었다. 사람을 주었고, 만남을 주었고, 내가 몰랐던 나를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나를 여전히 열여덟 살('죄와 벌'을 처음 읽은 고교생 소녀시절)의 마음으로 남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