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 이전 수치를 인용해서까지 면세점 허가 준다는 게 더 봐주기 아닌가요?"
최근 정부의 면세점 개선안에 대한 한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면세업계는 신규 면세점 허용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 지난 연말 특허 갱신에 실패한 롯데·SK 대 지난해 어렵게 특허를 얻은 신규면세점 5사 간의 대결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오랜 기간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질 위기인 롯데·SK나 치열한 경쟁 속 기회를 얻은 신규면세점들의 입장 모두 이해는 간다. '황금알 낳는 거위'인줄 알았던 면세사업에서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업체들은 상처만 남을 혈투를 벌이고 있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 국내 매출 3위 점포였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규모는 작지만 충성고객이 있었던 SK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빼앗은 것 모두 정부다. 애초 제로썸 게임 구도를 설정해 '뺏고 빼앗기는' 판을 만들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불투명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는 면세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이 됐다.
면세특허 추가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일단 발표를 4월로 미뤘지만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면세점 추가허용 근거로 삼았던 2015년 서울 외국인 관광객 증감수(88만명)를 두고 '뻥튀기' 논란이 일자 이를 2014년치(157만명)로 대체해 강행할 조짐이다. 관세청 고시대로라면 해외 관광객 30만명 당 1개의 면세점 신설이 가능하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IP) 연구위원은 "관세청 고시에서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동향연차보고서이고 이는 8월에 나오기 때문에 이전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관광동향연차보고서는 4월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할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기반한다.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나온 서울 방문비율에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곱하는 방식이다. 4월이면 지난해 서울 외국인 관광객 수가 도출 된다는 말이다.
지난해 호텔신라가 신규 특허를 얻고도 주가가 떨어진 것은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정책만이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차라리 지난 연말 특허심사 기준을 공개하고 관광경쟁력을 위해 롯데와 SK를 구명해야겠다고 업계를 설득하면 어떨까. 목적만큼이나 절차의 정당성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