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감사지정제'보다는 분식처벌 강화가 답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정책본부장
2016.10.20 08:25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확대방안에 대해 기업들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행 자유수임제도하에서 외부감사인의 독립적인 감사가 어렵고 저가수임경쟁에 치중하기 때문에 외부감사인 지정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급속히 변화되고 있는 회계환경과 외부감사인 선임제도의 본질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없이 제기되는 단편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감사인 지정제도 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감사효율성 저하)이 그 효익(감사인 독립성 증가)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애써 외면한다. EU(유럽연합)와 미국에서도 '자유수임제도'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감사인 강제교체제도(mandatory auditor rotation)' 도입여부를 고민해 왔다. EU는 10년(계약형태에 따라 최장 20년)마다 감사인을 교체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반면 미국은 동 제도 도입을 유보하기로 결정내린 바 있다.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는 '강제교체제도 도입에 따라 업종경험이 부족한 감사인이 감사를 수행하게 돼 감사효율이 저하되는 비용이 그 효익(감사인의 독립성 제고)를 초과할 것을 우려해 제도 도입을 유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EU 역시 이 같은 우려를 반영, 계약형태에 따라 자유수임기간을 최장 20년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심지어 회사가 감사인을 의무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감사인 강제교체제도'가 아니라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감사인 지정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과연 제도 도입에 따른 효익과 비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됐는지 묻고 싶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피감회사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이해와 경험이 축적될 때 기대할 수 있는 감사품질 향상을 어렵게 한다. 초도감사 실패가능성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자유수임제도하에서는 회피할 수 있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투입도 유발시킨다. 또한 감사인의 자기발전에 대한 자발적 동기부여가 부족해짐에 따라 감사인은 감사팀을 훈련시키고 특정업종에 특화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신 보다 일반적인 전문인력 활용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이는 감사품질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의 회계이슈는 '회계제도 설계의 문제'가 아닌 '운영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회계문제 발생 → 여론 악화 → 관련 제도 신설'이라는 사이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으나 관련 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왔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백화점식 회계제도 양산으로 인해 정상적인 회계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는 대다수 회사의 제도순응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당장의 여론을 의식해 국부적인 제도를 양산하는 대신 현행의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감시·감독을 강화하거나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훨씬 근본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감사인과 회사간 독립성 이슈의 경우 분식회계·부실감사에 대한 처벌수위 및 적발을 위한 모니터링을 혁신적으로 강화, 당사자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강력한 리스크를 설정하는 정책이 이번 이슈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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