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블록체인굴기’ 발언 이후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통화(CBDC) 계획이 빠르게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어떤 구조와 내용일까.
최근 인민은행 디지털통화연구소의 무창춘 소장과 디강 부소장의 발언 등으로 드러난 인민은행 디지털통화의 구조를 살펴보면 첫째, 그 형태는 소매·계좌형과 소매·토큰형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 분류에 따르면 중앙은행 디지털통화는 대상이 은행 등 금융기관인 도매형과 직접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형, 계좌가 있는 계좌형과 계좌가 없는 토큰형으로 각기 구분되며 이들을 둘씩 연결하면 소매·계좌형, 소매·토큰형, 도매·계좌형, 도매·토큰형의 4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국은 일단 도매형(계좌와 토큰 포함)은 배제하고 소매형에만 한정해서 시작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론 소매·계좌형의 경우 개인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계좌를 오픈하기 때문에 결제도 인민은행이고 소매·토큰형은 계좌 없이 스마트폰상의 소프트웨어나 IC카드 등 전자지갑간 거래여서 결제도 전자지갑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계좌형에 비해 그만큼 익명성이 강한 셈이다.
둘째, 현재 인민은행이 계획 중인 디지털통화는 현금형태의 M0(본원통화)를 대체한다는 것이지 M1(현금+요구불예금) M2(M1+정기성예금 등)까지 대체한다는 것은 아니다. 즉, 디지털통화에 기대하는 역할은 가치저장수단보다 결제수단이란 얘기다. 왜냐하면 M1과 M2는 이미 계좌관리상 디지털화돼 별도 디지털화가 필요치 않은 반면 M0(현금지폐와 동전)는 발행·유통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자금세탁과 위변조 위험까지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셋째, 디지털통화의 발행·유통은 지폐발행과 마찬가지로 2단계 구조가 될 전망이다. 1단계는 인민은행과 은행 등 중개기관의 거래, 2단계는 중개기관과 개인 또는 기업 등 소매시장 참여자와의 거래단계다. 1단계에선 인민은행이 중개기관에 대해 디지털통화를 발행하고 2단계에선 디지털통화를 인수한 중개기관이 이를 시장에 유통하는 구조다. 중개기관으론 중국의 4대 은행(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농업은행) 외에 알리바바, 텐센트, 은련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왜 굳이 복잡하게 2단계를 채택하려 할까. 전문가들은 중국은 경제규모가 크고 31개 성으로 이뤄져 중앙은행이 직접 전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통화를 발행하기 쉽지 않은 데다 직접 발행할 경우 자칫 은행들의 경쟁상대가 될 우려도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넷째, 다양한 기술의 활용이다. 디지털통화는 주로 온라인 판매 등 단시간에 수많은 소액거래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량의 고속거래시스템이 필수다. 초당 적어도 30만건의 거래처리가 필요하다고 보면 현 블록체인의 기술수준으론 어려움이 많다. 인민은행이 디지털통화의 활용기술을 블록체인에 한정하지 않겠다고 해 이를 어떤 기술로 구현할지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섯째, 무(無)이자다. 디지털통화와 은행예금의 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민은행의 디지털통화에는 이자를 붙이지 않는다. 물론 디지털통화에 금리를 인정하면 경우에 따라선 마이너스금리의 디지털통화를 발행함으로써 통화정책뿐 아니라 금리정책의 다양한 조합, 나아가 경기자극의 한계인 유동성함정의 벽도 돌파할 수 있다는 장점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통화에 금리가 붙으면 자칫 은행예금과도 경쟁이 격화돼서 은행의 대출능력 저하, 금융시스템 전체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 인민은행 디지털통화를 무이자로 시작하는 이유고 이는 또한 디지털통화의 역할을 결제수단에 한정하는 취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
아무튼 올해는 상반기에 선전과 쑤저우시의 디지털통화 테스트를 필두로 인민은행의 디지털통화 발행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와 금융업계도 보다 높은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