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을 같이 했는데 제가 코로나19(COVID-19) 확진을 받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빨리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초 확진 사실을 알리는 지인의 목소리엔 미안함이 가득했다. 자신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컸을 것이다.
불과 몇개월전만 해도 코로나19에 확진이 되면 민폐라는 인식이 컸다. 함께 식사를 했거나 회의를 한 이들에겐 어렵게 자신의 확진 사실을 알려야 했다. 코로나가 엄중한 시국에 자기관리를 하지 못했단 자책감도 느끼는 때였다.
요샌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코로나 확진을 병역을 마치는 것에 빗대 '코로나 필' 이란 말도 생겼다. 아직 확진이 안됐다면 '코로나 미필'이다. 코로나19 확진을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 확진이 되지 않은 사람은 인간관계 문제가 있단 어이 없는 이야기도 돌았다. 확진자가 13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4분의1을 차지하면서 생긴 변화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훈장처럼 여길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만든데 방역당국이 국민들에게 보낸 잘못된 시그널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초부터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변이가 우세종화되면서 확진자가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확진자가 처음 1만명을 넘은게 1월26일이다.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란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렸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전파력은 세지만 치명률은 낮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그러면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방역패스도 해제했다. 이런 조치에 국민은 오미크론이 독감 수준의 풍토병이란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하루 수십만명 확진이란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풀어지면서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환자가 급증하자 당국은 격리나 치료도 사실상 포기했다. 재택치료란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환자들의 '각자도생'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은 60세 이상 확진자에 대한 전화 모니터링도 중단했다.
그러는 사이 오미크론은 취약한 요양병원을 귀신처럼 파고 들었다. 이달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코로나19확진자는 2550명이다. 전체 사망자의 세명중 한명이 이곳에서 나온 것이다. 요양병원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치료역량은 일반병원보다 떨어진다.
최악의 상황이 됐지만 당국자의 진심어린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방역당국은 여전히 오미크론이 치명률이 낮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격리기간 7일이 지나면 마음껏 사회생활로 복귀하라고 독려한다.
방역의 기본은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분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별거 아니라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순간 전염병의 전파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 분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새로운 전염병이 무서운 것은 치료가 쉽지 않고 어떤 형태의 변이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별 것 아니었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방역당국이 나서서 "아무 걱정할 것 없다"고 하기엔 우린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방역당국은 고령층 고위험군 그리고 취약시설에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매일매일 대책을 강구하고 보완할 점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취약층에 얼마나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알려야 한다. 매일 수백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는것을 지금처럼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선 안된단 의미다.
잘못된 시그널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국민의 심리적 경계심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가 불투명할땐 보수적으로 하는게 맞다. 거리두기 완화 시그널은 국민에게 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