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선언=지역소멸=유령마을'
지난 5월에 발간된 '소멸 위기의 지방도시는 어떻게 명품도시가 되었나?'라는 책에 나온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 지역에 대한 이미지다. 과거 잘나가던 탄광도시인 유바리시는 2006년 일본의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파산선언을 하며 지역몰락의 상징도시로 추락했다. '지역과 미래를 되살린 일본 마을의 변신 스토리'라는 부제처럼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사례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한 일본의 지방도시에 초점을 맞췄지만, 유바리시의 경우 반면교사 삼을 실패모델로 소개된 이유다.
하지만 유바리시 재건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2011년 도쿄도청 고졸공무원으로 최연소(30세) 시장에 당선된 스즈키 나오미치가 구원투수로 나선게 분위기를 바꿨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이끌면서 매년 빚을 갚아 나가는 동시에 지역 특산물인 '멜론'을 앞세워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기간산업으로 키워냈다.
이런 젊은 리더십에 더해 파산도시의 회생 기대감을 높여준게 '고향납세제'다. 심각한 지역소멸을 경험한 일본은 지방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고향납세(기부)자는 세액공제(국세·지방세) 혜택과 함께 지역 특산품으로 구성된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제도가 안착되는 과정에서 지자체간 경쟁 과열로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답례품이 쏟아지는 등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지만, 재정확충과 내수진작 등에 기여하면서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고향납세액은 지난해 약 8조원까지 불어났다. 유바리시는 고향납세제의 대표 수혜지로 꼽힌다. 일본 내 기초지차체의 평균 3배 규모로 들어온 기부금은 유바리시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뒷받침하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가속화된 인구감소로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행정안전부)는 이미 연평균인구증감률과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유소년 비율, 재정자립도 등 8개 지표를 토대로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해 발표했다. 기초자치단체 75%, 광역자치단체 25% 비율로 매년 1조원(올해 7500억원)씩 10년간 지원하기 위해 10조원에 가까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한게 이 지역들을 집중 지원하기 위한 고육지책 중 하나다.
특히 행안부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한 '고향사랑기부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향납세로 들어온 막대한 자금은 유바리시를 포함해 인구가 줄면서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 일본의 지방도시에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인구가 4000명대로 내려앉은 홋카이도 카미시호로정도 그런 지역이다. 총 90개의 답례품을 내세워 인구 수 대비 20배 수준의 기부건수(2020년 기준)를 이끌어내자 변화가 일어났다. 교육과 돌봄에 중점을 둔 기부금 투자가 주효하며 인구가 증가세를 돌아선 것이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기부자가 현 거주지가 아닌 지역에 돈을 내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선례에서 보듯 답례품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기부 유치를 위한 각 지자체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어보인다. 새 제도 도입 준비에 한창인 지방정부와 달리 정작 기부를 해야 할 국민들의 관심이 높지 않다. 홍보가 미진하다보니 국가균형발전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기회란 취지를 알리기도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기부금이 절실한 지방정부들도 일시적인 이벤트나 답례품에 매몰된 근시안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부작용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 법인 기부를 막는 등 초반 흥행몰이를 위한 수단이 막힌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포착된 성공 비결을 꼼꼼하게 뜯어보고, 기부 열기를 북돋을 묘안을 찾아 보완하는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