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음료자판기가 이산화탄소를 먹어치워요!!' 자판기 천국인 일본의 한 음료회사가 설치한 자판기의 특징을 알리는 홍보문구다. 대기업 음료메이커인 아사히음료가 이달부터 새로운 자판기를 활용한 실증실험을 시작했는데 자판기 내부에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는 특수재를 설치하고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비료나 콘크리트 등으로 가공함으로써 탈탄소로 연결하는 일본 최초 시스템이다.
자판기 한 대를 설치하면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는 이 독특한 장치인 '이산화탄소를 먹는 자판기'의 캐치프레이즈는 '도시 안에 숲을 만든다'다. 자판기 내부 하단의 빈 공간에 자연광물을 원료로 한 분말 형태의 흡수재를 설치하면 이것이 자판기 주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만 흡수한다. 전용 자판기를 새로 개발할 필요가 없고 기존 자판기에 흡수재를 탑재해 '특수임무'를 완수한다. 아사히음료는 이 흡수재를 전문 협력회사와 공동으로 개발했는데 일반적인 이산화탄소 흡수재의 약 9배의 흡수능력이 있다고 한다. 흡수재를 탑재한 자판기 1대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자판기가 전기 사용으로 배출하는 것의 최대 2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삼나무(임령 20~56년) 약 60그루분의 연간 흡수량에 상당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흡수재는 공업원료로 가공되는데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공업원료를 활용하는 기업과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비료 및 콘크리트 건축자재와 같은 다양한 산업원료로 사용된다.
이산화탄소 원료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비료로 사용하면 일부 식물(무, 팬지 등)의 생육을 촉진하고 다른 비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0% 저감할 수 있기에 친환경 비료다. 또한 이 흡수재를 콘크리트 원료와 배합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고정시킨 콘크리트를 바다에 투입하면 조류 부착률이 높다.
이 회사는 자판기에 음료를 보충하는 타이밍에 맞춰 월 2회 흡수재를 교체하며 현재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자판기와 그 자판기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자원순환 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출원 중이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를 먹는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그 배경에는 십수 년 전부터 고민한 자판기의 환경 측면에서 고질적인 과제가 있다. 자판기는 가동시 전력사용에 따라 일정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전국에 약 26만대의 자판기가 회사 매출의 20%를 점유한 아사히음료 입장에선 이것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노력은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자판기 메이커와 공동으로 에너지 절약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20년간 자판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0%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2~3년은 감소량이 더이상 늘지 않아 어떻게 줄일지가 과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흡수하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사내에서 올라왔고 경영진이 이런 아이디어들을 전격 수용해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 회사는 이달부터 관동지역과 관서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다고 하는 실내 등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를 먹는 자판기' 약 30대를 설치해 흡수량과 흡수속도를 비교·검증한다. 이와 함께 이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파트너기업이나 단체를 모집해 2025년부터 본격 전개를 목표로 한다. 요네메 다이치 아사히음료 사장은 "작은 자판기도 탈탄소사회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이 미소 짓는 사회를 만들며 이를 공유하고 싶다"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외에도 전통차와 커피를 중심으로 자판기 사업을 진행하는 이토엔이 NEC와 공동으로 이용객의 표정을 카메라로 해석해 현재 고객의 감정에 맞는 음료를 추천하는 실증실험을 시작함으로써 시중의 자판기까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개인화 작업을 시도하는 등 일본 자판기의 진화는 눈에 띄게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