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 관세와 프런트로딩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5.01.14 02:05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새해가 밝았지만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물가 상승률이 꺾이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노동시장의 고용도 예상보다 강하다. 인플레이션과 실업전망이 모두 불확실성을 부채질한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금융시장은 갈팡질팡한다.

연초부터 불확실성 확산을 주도하는 요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정책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폭넓게 활용하면 많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관세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모두에 직접 타격을 입히는 뜨거운 감자다. 우선 관세부과는 수입물품의 가격을 올린다. 미국처럼 대부분 물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물가상승 압박을 더 크게 받는다.

미국이 수입한 제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올랐다고 해서 이를 수출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관세부과로 상승한 가격분은 수입국가의 세수가 돼 정부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출기업은 제품가격 상승이 초래한 매출감소로 안절부절못한다.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미국 기업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구매자라는 갑의 지위를 이용해 관세부과 후 발생할 가격 상승분을 수출기업이 흡수하도록 요구한다. 수출기업은 해고와 비용절감을 통해 가격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수출국가는 가격경쟁력이 낮아져 해외 시장을 잃게 된다. 동아시아처럼 성장을 수출에 크게 의지하는 국가는 실업과 경제침체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수입국가 경제의 전망은 밝을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곧 들어설 트럼프행정부의 목표는 관세를 통한 국내 제조업의 부활이다. 보호무역 관세는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산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생산기반 확충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면 관세부과는 물가만 올릴 뿐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상당수 수입회사는 당장 수요가 없어도 물건을 우선 수입하고 보는 프런트로딩(front loading)에 활발히 나섰다. 주문받은 중국 제조업체도 바쁜 연말과 연초를 보냈다. 중국은 수출이 늘고 경제도 활기를 띠는 듯 보였다. 수입한 제품을 싸게 내놓은 덕택에 미국의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매출도 크게 늘었다.

물론 프런트로딩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확정되면 프런트로딩이 소멸하고 무역규모가 줄어든다. 힘겹게 버틴 중국 회사는 매출격감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미국 수입회사는 물건가격을 인상할 것이다. 이로 인해 물가의 상방압력이 더 커진다. 소비가 줄고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에 직면할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주가에 가장 치명적이다. 자본시장도 침체의 터널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관세는 실물과 금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때문에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는 보편관세가 아니라 특정 국가와 산업만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트럼프 관세가 불러올 후폭풍이 생각보다 거셀 가능성을 유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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