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혼자 여행하기 좋은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안전한 치안과 촘촘한 대중교통망, 다양한 관광 콘텐츠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 1인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외식과 숙박 현장에는 여전히 '2인 문턱'이 남아 있어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곳곳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미국 여행 전문매체 트래지 트래블이 발표한 '2026 더 트래지스'에서 서울은 '글로벌 M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부문 1위에 올랐다. 같은 부문에서 5년 연속 정상을 지키고 있다.
세계 최대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도 지난해 서울을 '혼자 여행하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했다. 궁궐과 초고층 빌딩이 공존하는 도시 풍경, 전통시장과 대형 쇼핑몰이 함께 즐길 수 있어 과거와 현재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지하철과 심야버스 등 편리한 대중교통 인프라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혼자 여행하려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여행 플랫폼 아고다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여행객의 1인 여행 관심도는 전년보다 9% 증가했다. 숙소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여행지 중에서 서울이 가장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1인 여행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서울은 안전하게 돌아다니기 좋은 도시지만, 여행에서 중요한 외식과 숙박 문화는 여전히 2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혼자 여행하기에는 불편하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전국 음식점 17만여 곳 중 1인 메뉴를 판매하는 곳은 2024년 3월 약 9.7%에서 지난해 3월 약 10.4%로 0.7%p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한식 메뉴는 여전히 '2인분 이상 주문'을 기본 방침으로 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 일부 업소는 혼자 방문한 손님의 입장을 제한하거나 추가 주문을 요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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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식당이 혼밥 손님을 거부하거나 2인분 이상 주문을 강요해도 법적 제재 대상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와 소비자기본법에는 사업자가 소비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지만, 1인 손님 거부를 차별 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숙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주요 관광지의 숙박 플랫폼을 살펴보면 숙박시설 상당수는 객실 기준 인원을 2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혼자 투숙하더라도 2인 기준 객실 요금을 전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1인 여행객에게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미국 CNN 트래블 기자는 서울에서 혼자 식당을 찾았다가 두 차례 입장을 거부당한 경험을 소개했다. 기자는 평일 오후 1시쯤 서울 한 식당에서 손가락으로 1명을 표시하며 자리를 요청했지만 직원으로부터 "노 원 퍼슨"(No, one person)이란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놀랍지 않았다. 이날 나를 거절한 식당은 두 번째였다"며 "혼자 여행하는 것이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민망하고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에도 비슷한 경험담이 이어진다. '혼밥이 가능한 식당은 많지만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 맛집은 2인 이상 주문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거나 '피크 타임에 혼자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절당했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직장인 이모씨(38)는 "회사 근처에는 1인 좌석이 있는 식당이 많은 편"이라면서도 "아직도 바쁜 점심시간에는 혼밥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이 꽤 있다. 동료와 둘이 가도 눈치 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 용산구에서 닭갈비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몰려 들어와 2인분씩 미리 조리해둔다. 1인분씩 판매하면 남는 게 없다"며 "테이블 회전율이 중요해 혼자 오는 손님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사회 변화 속도를 외식·관광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약 824만4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6%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은 40.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혼자 식사하는 문화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외식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인 예약은 전년 대비 19%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1인 손님의 평균 지출액은 약 90달러(약 13만원)로 다른 유형의 손님보다 약 54% 높았다. 오픈테이블은 "1인 고객은 매출 측면에서 중요한 고객층"이라며 "식당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