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쌀 소비 촉진과 전통주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5.02.05 02:05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가끔 일본 출장을 갈 때마다 보게 되는 부러운 모습이 하나 있는데 그 나라 전통주인 사케(청주)가 주류시장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점이다. 물론 일본 또한 우리처럼 젊은층은 주로 맥주를 마시지만 편의점이나 마트는 물론 식당에서도 다양한 사케가 당당히 자리를 차지해 우리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사케의 일본 주류시장 점유율은 전통주가 우리나라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10배 정도로 많은데 최근 엔저와 술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기회로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사케의 규모가 급증했다. 관련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케 수입액은 지난해 2635만달러(약 360억원)로 집계됐는데 이는 사상 최대치로 기록된 2023년 2475만달러를 넘어선 수치로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주의 바람이 크게 분 적이 있다. 지금부터 15년 전 농업의 6차 산업화와 함께 전통주 육성정책이 집중적으로 추진돼 전통주 생산 및 소비가 급증했고 막걸리가 한류와 함께 인기를 끌어 일본 수출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 2010년에는 막걸리의 일본 수출액이 1559만달러를 달성해 사케의 우리나라 수입액(1369만달러)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서는 등 전통주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우리나라 전통주산업은 이후에도 성장을 지속해 2015년 409억원 규모의 전통주 시장이 2022년 1629억원으로 4배 커졌지만 마트와 식당에서 전통주는 여전히 한쪽으로 밀려나 있다.

최근 쌀 소비가 부진한 문제의 대응방안으로 전통주산업을 육성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인구감소와 함께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1인당 쌀 소비량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쌀농가의 소득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쌀 가격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부예산을 매년 대규모로 투입하기보다 전통주산업을 키워 쌀의 대량 수요처로 활용하고 쌀의 부가가치를 증대하자는 주장이다. 특히 전통주는 도수가 높은 증류주(전통소주) 1리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료 쌀의 양이 거의 1㎏에 달하는 등 쌀 소비량이 큰 가공식품이다. 또 떡을 포함한 다수의 쌀 가공식품에 비해 유통기간이 매우 길어 판매에 대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덜하며 전국적으로 다양한 전통주가 지역문화와 함께 명맥을 유지하기에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쌀 가공식품이다.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혼술 등의 새로운 주류문화를 창출하면서 와인, 양주, 사케에 이어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어 우리나라 전통주의 제2의 부흥을 통한 쌀 소비촉진을 시도해볼 만한 상황이다. 다만 달라진 여건에 따라 전통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과거와 다르게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데 과거처럼 전통에 집착하기보다 소비자와 시장을 먼저 이해한 다음 이를 최대한 전통주 상품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고 새로운 주류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나가는 전략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일본의 사케처럼 우리나라 전통주도 편의점이나 마트의 매대에서 맥주나 소주 못지않은 물량과 종류가 진열되고 판매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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