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중국 혁신기업들의 약진이 놀랍다.
'중국판 M7(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비야디, 메이투안, SMIC, 레노버)'의 주가가 일제히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홍콩 항셍테크 지수는 지난 1년간 무려 63%나 올랐다. 미국 주식시장을 선도하는 7개의 빅테크기업(애플, 구글, 아마존, MS,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M7)'과 비견되는 중국의 대표적 혁신기업들이다.
텐센트는 메신저 위챗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게임 분야 세계 1위다. 지난 1년간 주가가 58% 이상 상승하며 9월 8일 기준, 시가총액 6901억 달러로 전 세계 14위에 올라있다. 알리바바는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의 이커머스 기업이다. 현재는 클라우드 컴퓨팅, 물류, 핀테크 등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AI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1년 간 주가가 77% 상승하며, 시가총액 2824억 달러로 세계 37위다.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가성비 좋은 IT제품으로 사랑받았다. 이후 다양한 기술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성공했다. 특히 작년에 출시한 첫 번째 전기차 SU7이 호평을 받으며 자동차 회사로도 엄청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주가가 무려 185% 이상 올랐다. BYD는 혁신적인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로 안전성과 원가 경쟁력을 모두 잡은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가장 많은 11만 명의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고, 1년 주가 상승률은 30%다.
메이투안은 이른바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통하는 세계 1위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이다. 생활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가총액은 110조 원이 넘는다. SMIC는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1년간 주가가 무려 274% 이상 올랐다. 레노버는 세계 1위 PC 기업이다. 가성비 좋은 노트북으로 명성을 얻으며 글로벌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8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 10개 중 9개가 중국 관련 상품이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등에 힘입어 최근 중국 혁신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이 시장에 상장된 '미니 엔비디아'라고 불리는 캠브리콘의 주가는 8월에만 110% 상승하였으며, 1년 동안 500% 이상 폭등했다.
또한 9월 8일 기준, 지난 1년간 중국 '선전 컴포넌트 지수 (SZSE Component, SZI)'는 47% 오르며 전 세계 주식시장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선전은 실리콘밸리와 같이 중국 혁신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선전 거래소(SZSE)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통하며 주로 첨단 기술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SZI는 혁신기업들의 성장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참고로, 항셍지수가 44% 상승하며 5위, 상해종합지수는 35% 올라 7위를 기록했으며, 26% 상승한 나스닥은 12위, 24% 오른 코스피는 15위, 11% 상승에 그친 코스닥은 2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2차 전지 세계 1위인 CATL은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CATL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글로벌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CATL이 전 세계 시장점유율 37.5%로 1위, BYD가 17.8%로 2위로 두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55% 이상을 차지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9.5%로 3위, SK온이 4.2%로 4위, 삼성SDI가 3%로 8위를 기록했다. 또한 50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틱톡의 운영사인 바이트댄스, 상업용 드론 세계 1위 DJI, 금년 초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딥시크 등 중국에는 혁신기업들이 너무나 즐비하다.
더욱이 얼마 전 후룬연구소(Hurun Research Institute)가 발표한 '글로벌 유니콘 지수 2025(Global Unicorn Index 2025)'에 따르면 중국은 유니콘기업도 343개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이다. 한국은 18개다. 유니콘기업이 많다는 것은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 전망도 매우 밝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야말로 중국 혁신기업 전성시대다.
이제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나 BYD 전기차를 마주치거나, 2차 전지 전 세계 1등 기업이 CATL이라는 중국기업이라는 것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CATL의 배터리가 없으면 전기차 시장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꼬리표를 넘어, 이제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표준을 만드는 "중국 혁신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싸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압도적인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으로 글로벌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혁신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키워드는 '국가 산업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작은 거인(小巨人)' 프로젝트를 통해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잠재력을 지닌 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기술 자급자족을 달성하고 국가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거대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러한 지원 정책이 14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 시장과 만나면서, 상상하기 힘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글로벌 무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2015년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 이내에 첨단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산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했었다. 당시에는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첨단 분야 강국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2025년 현재 첨단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7개나 탄생했고, 수많은 기업들이 선두권에 포진하고 있으며, 유니콘기업도 수백 개나 만들어졌다. '중국 제조 2025'의 목표는 대부분 달성됐으며, 2035년을 목표로 다음 단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꺾기 위해 각종 제재를 강화해 왔지만 중국 첨단 제조업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기술 자립을 단계적으로 이뤄가며 미국의 기술 패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미국 로디움그룹(Rodium Group)의 '중국 제조 2025는 성공적이었나?(Was Made in China 2025 Successful?)''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의 중국은 2015년의 중국과는 완전히 다르며 이는 전례 없는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한 정책의 결과다. 중국이 계속해서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혁신 기업들의 부상은 더 이상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한 '중국 제조(Made in China)'의 시대가 저물고, '중국 혁신(Innovated in China)'의 시대가 열렸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방송된 다큐멘터리 '인재 전쟁'이 화제다. 부제는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다. 중국에는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려는 국가 주도적 노력과 '공학 천재'를 동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과학자가 돼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중국 학생과 "의사가 돼서 롯데월드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한국 학생의 인터뷰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혁신 기업들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공학에 미친 젊은 앙트러프러너가 없다면 아무리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크고, 정부가 좋은 정책을 편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세계적인 혁신기업들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기의 한국경제,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차원의 과감한 정책과 '공학에 미친 인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