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역병의 2배 복무, 가고 싶겠습니까"

홍효진 기자
2026.03.20 05:19

"가고 싶을까요, 복무기간 차이가 2배인데…."

전북 한 보건의료원에서 일하는 3년차 의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A씨는 최근 의대 후배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말끝을 흐렸다. 자연스럽게 군 복무 얘기가 오갔지만 공보의나 군의관은 선택지에 없는 눈치였다. A씨는 "요즘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복무기간이 육군(18개월)의 2배인데 손해 볼 필요 있느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지역의료와 군 의료 지탱하는 공보의·군의관 수급은 최근 10년 새 절벽에 몰렸다. 올해 총 의과 공보의는 2010년(3363명)의 약 6분의1 수준인 593명에 그친다. 신규 배치 인원은 98명으로 공보의 단체가 최소한의 지역 보건의료 기능 유지를 위해 확보해야 한다고 제시해 온 '200명' 선이 무너졌다. 의과 군의관도 2013년 662명에서 올해 225명으로 66%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의대생 현역병 입영자는 2020년 150명에서 2025년 1~8월 2838명으로 약 19배 급증했다.

이 같은 기피 현상은 36개월이라는 과도한 복무기간에서 비롯된다. 실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의대생 응답자 97.9%가 공보의·군의관 기피 사유로 '긴 복무기간'을 꼽았고, 해당 직역을 희망하는 이들의 83.4%는 현행 복무기간 유지 시 '현역병 입대로 이탈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경북 한 보건지소 공보의 B씨는 "복무가 끝나고 레지던트 1년차로 들어가면 여자 동기들은 벌써 4년차"라며 "입영만으로도 뒤처진다는 스트레스가 있는데 더 큰 희생을 강요받기 싫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도 복무 단축을 현실적 해법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부처 간 대화는 공전 중이다. 최근 관련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는 "복무 단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국방부는 "특수병·단기 복무 장교와의 형평성과 실질적 단축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복무기간 현실화 없이는 수급 절벽의 근본적 해결이 요원해졌다. 의료계가 인력난을 경고한 건 이미 십여년 전 일이다. 지금은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보다 확실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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