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게임사들, 경쟁사에 박수 보내는 이유

유효송 기자
2026.03.24 04:00

"타사 게임이지만 '붉은사막'이 올해 게임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퀄리티 좋은 한국 게임이 전 세계를 휩쓴다는 자부심이 업계에 더 필요해요."

다른 회사의 이 이례적인 응원은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이 처한 갈급함을 드러낸다. 빌보드를 점령한 BTS와 오스카를 거머쥔 '기생충'이 K-컬처의 위상을 바꿨듯 이제 게임 산업도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짙어진 것이다.

한국 게임의 경제적 위상은 이미 독보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85억347만달러(약 12조7000억원)로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 140억7543만달러(약 21조원)의 60%를 넘는다. 음악과 방송·영상산업을 합한 수출액보다 2.7배 많다.

그러나 K-게임이 '고효율 상품'을 만드는 데 치중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업 종사자들은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단기적인 수익 목표로 인한 게임 수명 단축'을 압도적 1위로 꼽았다.

BTS가 세계 정상에 선 비결은 단순히 음원 수익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구축한 서사에 전 세계 팬덤 '아미(ARMY)'가 응답해서다. 한국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정교한 수익 모델을 구축했지만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IP(지식재산권) 팬덤을 키워내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진정한 '게임계의 BTS'가 나오기 위해서는 산업적 토양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하나의 잘 만든 IP가 드라마와 소설, 굿즈로 확장되며 창출하는 낙수효과는 어마어마하다. 폴란드의 '위쳐'는 자국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게임이다. 이후 넷플릭스에서 동명의 드라마가 방영됐고 다시 관심이 커지자 게임으로 유입되며 IP 선순환의 대표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게임이 법적으로도 공식적인 문화예술의 지위를 얻은 지 4년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숫자 너머의 동경을 파는 일이다. 전 세계 게이머가 K게임 세계관에 뿌리를 내리고 열광하게 만드는 '문화적 팬덤'을 구축해야 할 때다. 단기 수익을 보장하는 성공 공식의 복제에서 벗어나 전 세계인의 보편적 감성을 흔드는 서사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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