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의 4가지 착시 심리학[청계광장/박원갑]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2026.05.28 02:00

집값 급등 보도 많지만 특정지역만 올라
서울·수도권 아파트 하락한 곳 수두룩
일반화 오류서 벗어나 냉정한 판단 필요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은 심각한 착시 현상을 겪고 있다. 매스컴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연일 집값 급등 보도가 쏟아지지만 이는 시장 전반의 실상과 거리가 멀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 일부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를 뿐이다. 외곽 지역은 최근 일부 반등한 곳도 있으나 적지 않은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은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러 있다. 정작 시장의 차가운 현실은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시의 지난 1분기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고점(2021년 4분기) 대비 28.6%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1.1% 추가 하락한 결과다. 오산시(-25.9%), 고양시 일산서구(-25.1%), 인천시 연수구(-24.4%), 평택시(-23.5%), 의정부시(-23.1%) 등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서울 내 온도 차도 극명하다. 노원구(-17.9%), 도봉구(-15.5%), 금천구(-11.7%) 등은 여전히 전고점 대비 큰 폭으로 내린 상태다. 하지만 매스컴의 카메라는 서울 성동구(29.6%)나 성남시 분당구(31.2%) 같은 일부 급등 지역만을 비춘다.

비아파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차별화의 골은 더 깊다. 지난 3월 인천과 경기도의 연립·다세대주택 실거래가지수는 전고점(2022년 6월) 대비 각각 21.6%, 5.7% 하락했다. 특히 인천의 빌라 가격은 사실상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2.6% 떨어졌다. 이는 서울의 같은 주택 실거래가지수가 전고점 대비 6.9% 상승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같은 수도권이라는 공간적 동질성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격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꾸만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생각할까. 여기에는 인지적 한계와 미디어의 속성이 결합해 작동하는 4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우선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초점 착각'을 주목해야 한다. 인간은 특정 정보에 강하게 주목하면 그 정보가 전체 상황을 대변한다는 오류를 범한다. 언론이 연일 쏟아내는 중심 지역 급등이라는 돋보기에 시선을 빼앗기는 순간 외곽 지역의 냉혹한 현실은 시야에서 완전히 증발한다. 일부의 자극적인 통계가 전체 시장을 왜곡하는 첫 번째 착시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우리 뇌의 '현저성 편향'이 기름을 부어 지핀다. 우리 뇌는 시각적·심리적으로 강한 자극을 주는 정보를 실제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습성이 있다. 매스컴에서 '급상승'이라는 표제어를 톱뉴스로 다루면 우리는 이를 시장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인식한다. 반면 외곽 아파트나 빌라처럼 자극성이 떨어지는 소외 지역의 뉴스는 관심사 밖으로 쉽게 밀려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이 반복되면 미디어의 '의제 설정 효과'에 의해 대중의 인지는 포로가 된다. 뉴스가 우리 뇌에 '부동산 상승'이라는 의제를 수시로 주입한 결과 시장 참여자들의 뇌리에는 오직 상승이라는 단어만 불쑥불쑥 떠오르게 된다. 특정 프레임에 갇힌 대중은 점차 비판적 사고 능력을 잃고 시장을 편향되게 바라본다.

결국 이는 일부 표본의 편향성이 가져오는 '과잉 일반화의 오류'로 귀결된다. 아파트 중심, 서울 인기 지역 중심의 보도가 부동산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대중은 일부의 과열을 전체 부동산의 급등으로 오인한다. 외곽이나 지방 시장의 하락을 다룬 뉴스가 실종되면서 서울의 상승세가 시장 전체의 온도를 규정하는 강력한 틀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 주택시장은 전체적으로 회복 과정에 있다. 지금은 침체한 지역도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다. 다만 과거처럼 모든 지역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다. 입지와 상품, 일자리 접근성에 따라 시장의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린다. 미디어의 화려한 헤드라인에 매몰되기보다 차별화 장세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균형 잡힌 시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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