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투표를 위해 선거공보물을 들여다보다 지방자체제도의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료와 조직 등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1조는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쏭달쏭하다. 「헌법」 제117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1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정하고 있다. 이것이 전부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방행정을 다루는 것보다는 그곳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고 자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전제가 사실인지에 대해 우리는 체계적인 검토나 평가를 시행하지 않고 이 문제를 당위로 다루고 있다. 지방행정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모든 지자체들은 동일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통치체제가 국가별로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제 등 각기 다른 것처럼 자치행정도 그렇게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지방자치행정은 여러 가지 형태가 가능하다. 꼭 시장이나 군수가 있을 필요도 없다. 왜 지방자치제도가 천편일률적인 동일한 형태로 운영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자체의 유권자는 누구일까도 궁금할 때가 있다. 주소지는 경기도 광명이지만 직장은 서울이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 금천구에서 보내는 경우 이 사람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생활반경이 커지면서 누구도 챙기지 않는 빈 영역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남부의 평택, 안성 그리고 충청남도 천안, 아산은 점차 하나의 생활권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은 행정구역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다. 광역지자체 단위를 넘나들면서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중교통체계는 누가 담당해야 하는 것일까. 서울 사당역 인근에 빼곡하게 서서 하염없이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편의는 경기도 지자체의 몫일까 사당역이 위치한 서초구, 관악구, 동작구의 몫일까.
제도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명확하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를 제공해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쉬운 과제들은 해결되었고, 어려운 과제만 남는다. 특정 지자체 혼자서는 할 수 없고, 경계를 넘어서면서 다양한 이해당자들이 간여하는 일이 많아진다. 무엇인가를 새로 만드는 것은 쉽고 눈에 잘 띈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운영하기 위해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출하고 인력을 관리하는 것은 눈에 띄지도 않고 칭찬도 받지 못한다. 점점 시설은 늘어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시설은 점점 줄어든다.
1990년대 중반에 지방자치제도는 민주화의 가치를 담아내고 한계에 다다른 중앙집권체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 의미가 있었다. 2026년 현재 지방자치제도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지방자치제도가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들었는지,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있는지 기표소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