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트럼프 발뺄라'…유럽의 불안, 한국의 현실

김성휘 국제부장
2026.06.05 08:09

[지금이세계]

요나스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왼쪽)가 5월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로이터=뉴스1

노르웨이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지만 유럽연합(EU)은 아니다. 나름의 독자성을 강조해 온 노르웨이가 최근 유럽 쪽으로 한 클릭 움직였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전진 핵 억지력 체계'에 합류하기로 하면서다. 영국의 EU 탈퇴후 EU의 유일한 핵보유국인 프랑스는 자국 핵우산을 유럽 공동자산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 안보질서에 또다른 변화도 있었다. 노르웨이에 앞서 폴란드도 프랑스 핵우산에 참여하기로 했다. 폴란드는 영국과 방위조약도 맺었다. 이들이 이토록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두드러진 미국의 나토 재편 움직임, 아메리카퍼스트(미국우선주의)라는 태도가 한 이유다. "미국이 언제든 우리를 버릴 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눈앞에 닥친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게 '전쟁'은 더 이상 과거 역사가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현실이 됐다. 즉 흔들리는 동맹에 대한 불안, 당면한 위협으로 재부상한 러시아의 확장, 단기간에 자력안보를 강화하기 어렵다는 경제적 현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유럽에 하나의 흐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처럼 규모가 있는 국가들이 자립과 다자간 연대를 강조하지만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같은 발트 3국은 도리어 미군 기지를 유치하고 미군 주둔을 확대하겠다며 사력을 다하고 있다. 발트 3국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인구도 군대도 많지 않다. 지정학적 조건과 국력에 따라 동맹을 활용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른 셈이다.

캐나다는 최근 차세대 조기경보기 도입 사업에서 미국의 보잉 대신 스웨덴 사브(SAAB)의 '글로벌아이'를 택했다. 캐나다는 영·미권 안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멤버일 만큼 미국과 밀접한데도 미국 일변도였던 무기체계에 변화를 줬다. 최근 중국과 부쩍 가까워지려 한다. 그런데 지난 5월 29일 반전이 일어났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강한 캐나다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MAGA)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해진 캐나다는 미국에 가장 든든한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의 '마가' 발언은 뜻밖이다. 그는 1월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비판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미국은 캐나다와 수십년간 유지해온 국방협의체 참여를 보류하고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에 캐나다를 쏙 빼놓았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낸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보복 조치로 풀이했다. 이 때문에 카니 총리의 5월 '마가' 연설은 미국의 힘을 인정한 태세전환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리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 미국이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고 북한은 핵을 고도화하면서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의존을 줄이고 자력안보를 강화하자"고 섣불리 결론 낼 수도 없다. 한미동맹 체계에 전적으로 안보를 의존하는 것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어도 이 동맹은 여전히 대체불가능한 우리 안보의 핵심 축이다. 노르웨이, 캐나다의 선택은 방향이 달라 보이지만 저마다의 현실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는다는 점은 같다. 우리 또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치열한 고민이 요구된다. 이를테면 "한국이 강해지는 것이 미국에게도 이익"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힘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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