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면 다친다"…'FAFO' 시대 한국의 선택은[광화문]

"까불면 다친다"…'FAFO' 시대 한국의 선택은[광화문]

김성휘 국제부장
2026.03.03 04:30

[광화문] [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서울=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공격 개시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8분짜리 영상을 통해 "조금 전 이란 내 중대 전투를 시작했다"며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소셜미디어X 캡쳐, 재판매 및 DB금지)2026.3.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공격 개시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8분짜리 영상을 통해 "조금 전 이란 내 중대 전투를 시작했다"며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소셜미디어X 캡쳐, 재판매 및 DB금지)2026.3.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만약 1막에서 무대에 총을 걸어뒀다면 마지막에 반드시 발사돼야 한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남긴 말이다. 지금은 연극계뿐 아니라 외교 현장에도 메타포(은유)로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지난달 이란과 핵협상 도중에 중동 해역으로 증강된 미군 항모들은 말하자면 '트럼프의 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지도부를 공격하기 전에 강력한 '신호'를 이란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다. 그리고 총은 발사됐다.

"까불면 다친다." 미국은 1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했다. 백악관 소셜미디어(SNS)엔 격식을 차렸다고 보기 어려운, 욕설이 담긴 표현이 등장했다. "까불어 봐, 그럼 알게 된다"는 줄임말 'FAFO'(Fxxx Around, Find Out)다. 지난달 미국 합참의장이 군사 공격을 만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발끈했다. 그러면서 "결정권자는 나"라고 말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을 결정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는 물론, 군 수뇌부가 한꺼번에 '폭사'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2016년 첫 당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정치의 예외적 돌연변이로 여겼다. 마치 '흑백요리사' 최종 무대 심사위원단이 기성의 엘리트 셰프 대신 혜성처럼 떠오른 은둔 고수를 고른 셈이다. 평균 범주를 한참 벗어난 인물이니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그를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골랐다. 시즌1·시즌2 모두 같은 선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특이한 인물일 수는 있지만 이쯤 되면 그를 지지한 흐름은 일탈이 아니라 큰 물결이다. 세계화 피로감, 제조업 위축의 상실감, 안보 비용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결과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 더해졌다. 관세 논란도 마찬가지다.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더 강력한 플랜B, 플랜C를 꺼냈다. 교역국들에겐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장난치지 마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트럼프의 시대'가 지나고 다른 누가 오더라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힘의 외교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사진=백악관 인스타그램
/사진=백악관 인스타그램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질서 격변기에 중견국들이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자칫 강대국들과 같은 식탁에 앉는 것이 아니라, 메뉴판에 올라가게 된다고 호소했다. 지나친 표현같지만 과장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 작은 나라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중견국·약소국이 제기하는 의제는 강대국 이해관계에 파묻히곤 한다.

내부에서 보면 우리의 입지는 언제나 위태롭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관세와 무역협상, 안보 협의 등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들이 수북하다. 지금처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과 같은 리스크가 큰 부담이 된다. 자칫 우리의 레시피를 발전시키기도 전에 메뉴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물론 우리에게 여러 카드가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중견 강국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각 분야에선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제의 키플레이어다. K-콘텐츠 한류는 눈부시다. 이를 바탕으로 최소한 어떤 식탁이든 없어선 안될 중요 참석자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어디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비전과 어젠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국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먼저 규칙을 제안하고 연대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요컨대 대한민국이 누군가의 식탁 메뉴에 오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세계 곳곳 전쟁이 벌어지고 글로벌 질서가 예측불허인 지금, 기업·정부 모두의 기민한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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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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