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수현]3권 분립의 불안정성

이수현 변호사(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2026.06.16 02:00
이수현 변호사(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과 의회, 대통령과 여당대표가 대립한 예는 많다. 우리 헌법이 2권 분립 대신 3권 분립을 틀로 삼았기 때문이다. 근대 입헌주의를 주도했던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이다. 영국은 의회와 다수당이 구성한 내각이 왕권을 제한하는 개혁의 길을 걸었고, 프랑스는 왕의 목을 날린 자리를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행정부가 대체하는 길을 선택했다. 전자는 의회와 내각이 사법부와 분립하는 2권 분립을 낳았고, 후자는 입법, 행정, 사법의 3권 분립을 만들었다.

미국의 입헌혁명은 영국 왕정으로부터의 독립혁명이었고, 이는 미국이 프랑스의 길을 가게 했다. 프랑스와 미국은 3권 분립의 대통령제라는 미답지를 가게 된 것이다.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한 배경에는 이런 제도적 동질감이 있다. 우리는 미국의 영향으로 또는 왕이 이미 부재하므로 3권 분립의 길을 택했다.

3권 분립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과 의회가 병존, 경쟁하는 이중구조라는 점에서 본질적 불안정성이 있다. 우리 헌정사는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과 국회가 분립하는 87년 헌법에 도달했다.

87년 이후 9명의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나, 이 중 3명이 국회에 의해 탄핵결의됐다. 이 3명의 대통령은 모두 2위와의 득표율 차가 근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 대한 탄핵의결은 대통령을 당선시킨 여당 지도자들이 주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여당이 등을 돌리지 않으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근소한 차이의 당선은 반대 진영의 대선 불복감정을 키우게 되고, 이것이 대통령과 여당 간의 갈등과 결합하면 탄핵의 가능성은 급증한다. 탄핵은 야당에게 조기대선이라는 희망을 주므로 야당은 대선 직후부터 탄핵에 골몰하고, 이는 극단적인 정쟁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로 인해 위기에 몰렸을 때 상원의 탄핵결의 직전에 사임했고, 부통령인 포드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닉슨이 사임하든 파면되든, 부통령제로 인해 조기대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공화당, 민주당 모두 닉슨의 사임을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였다. 선거에 의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정부통령이 있는 한, 대통령의 과오가 있다 해도 선거가 정권에 부여한 임기는 보장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부통령이라는 완충장치가 없을 뿐 아니라 당대표라는 유사권력이 있어 불안정성은 더해진다. 정당이란 본질적으로 비영리사단법인에 불과하다. 내각제에서는 다수당의 리더가 내각수반인 총리가 되지만, 대통령제에서 정당의 리더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총선에서 과도한 하향식 공천권을 가지는 당대표는 의원들을 조직해서 탄핵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잠재적 권력이며, 현직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갈등한다. 하향식 공천이라는 반민주적 관행과 당론이라는 기형적 당내 독재는 불안정한 3권 분립을 더욱 위태롭게 한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정·부통령제를 도입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헌법 조항으로 규정하여 3권분립이 주는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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