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트렌드]영상·제조·법률까지…현장 파고든 AI 솔루션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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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시장에서 AI(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범용 AI보다 특정 산업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버티컬 AI가 모험자본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범용 AI와 달리 버티컬 AI가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베세머벤처파트너스는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 시장규모가 기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의 10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기대는 기업가치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 리걸테크 스타트업 하비(Harvey)는 지난해 말 80억달러(약 1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도메인 데이터를 무기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거나 상장에 나서는 스타트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모험자본이 주목한 버티컬 AI 기업 중 하나는 트웰브랩스다. 이 회사는 영상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해 검색·분석·추론하는 멀티모달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마무리한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는 1500억원을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 2억달러(약 3087억원)를 달성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네이버벤처스와 미국 벤처캐피털 NEA, 아마존의 벤처투자 조직을 비롯해 래디컬벤처스, 인덱스벤처스, 쿼드릴캐피탈, 레드불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트웰브랩스는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 출신인 이재성 대표가 2021년 3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방송·미디어 기업은 물론 NFL 등 대규모 영상 데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확보하며 사업을 확대해왔다. 영상 속 시각·음성 정보를 맥락까지 이해해 자연어와 연결하는 영상 이해 AI 기술을 앞세워 관련 도메인 데이터를 축적한 것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자체 개발한 영상 네이티브 파운데이션 모델 '마렝고'와 '페가수스'를 앞세워 영상을 인지·검색·분석·추론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범용 멀티모달 AI와 달리 영상 데이터의 맥락과 시간적 흐름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것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제조와 국방 분야를 겨냥한 버티컬 AI 기업 마키나락스(30,050원 ▼1,850 -5.8%)는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올해 5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매출은 2023년 49억1000만원에서 2024년 82억9000만원, 2025년에는 114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12억원에서 8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며 수익성도 개선됐다.
마키나락스는 외부 네트워크와 차단된 폐쇄망(에어갭) 환경에서도 AI를 개발·배포·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 '런웨이(Runway)'를 앞세워 제조 현장의 AI 도입 장벽을 낮췄다. 자동차, 반도체, 2차전지, 국방 등 보안과 정밀성이 중요한 12개 산업에서 6000개 이상의 AI 모델을 운영하며 25TB 이상의 산업 특화 데이터를 축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국방 등 산업 현장은 정보 유출 우려와 보안 문제, 데이터 파편화로 인해 AI 도입이 매우 까다로운 영역"이라며 "성공적인 AX(AI 전환)를 구현하려면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양질의 도메인 데이터를 확보·분석할 수 있는 전용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법률 분야는 판례와 주석서, 유권해석이 복잡하게 얽힌 대표적인 데이터 집약 영역이다. 범용 AI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존재하지 않는 법률이나 판례를 지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이 발생해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엘박스는 국내 상·하급심 판결문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판결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례 검색을 넘어 법률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를 개발해 대형 로펌과 대기업, 정부 기관 등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국내 10대 로펌과 사법기관, 주요 기업 등 1600여개 고객사와 1만5000명 이상의 가입 변호사를 확보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서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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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범용 AI 모델은 더 뛰어난 성능의 경쟁 모델이 등장하면 빠르게 대체될 수 있지만, 산업 현장의 전문 지식과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버티컬 AI는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며 "산업별 핵심 데이터를 먼저 확보해 솔루션을 구축한 기업이 장기적인 AX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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