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황호원]21세기 연금술, 민·군 기술 협력개발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법학박사
2026.06.19 02:00

인터넷·GPS, 군 기술이 교통·물류 발전 기여
최근 AI·드론 등 민간기술이 군사에 활용 많아
소형헬기처럼 민·군 기술 공유 생태계 필요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한 국가와 문명은 가장 위대한 교역국이었다. 티베트 왕국과 중국 왕조 본토를 잇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거대한 교역로, '차마고도(茶馬古道)'가 좋은 예다. 해발 4000m가 넘는 척박한 고원의 주민들은 기름진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비타민 결핍을 보완하고 지방을 분해해 줄 차(茶)와 국가 전매품인 소금을 필요로 했다. 반면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야 했던 중국에게는 국방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투력의 핵심인 티베트 지역의 튼튼한 말이 절실했다. 차마고도는 단순한 교역로를 넘어 지속가능한 공존의 네트워크였다. 현대 과학기술의 스핀오프(Spin-off)와 스핀온(Spin-on) 역시 이러한 상호 협력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Win-Win 원리라는 점에서 차마고도와 궤를 같이한다.

예로부터 군사기술과 민간기술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함께 발전했다. 초기에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된 군의 연구개발 성과가 민간으로 확산되어 혁신을 이끄는 스핀오프가 주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미국 국방부가 1969년에 전쟁 중 통신망 파괴에 대비해 군용으로 구축한 '아파넷(ARPANET)'은 민간에 개방되면서 1971년 최초의 이메일 시스템과 인터넷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군 작전 통제와 미사일 정밀 유도를 위해 개발된 GPS는 민간에 개방된 이후 네비게이션 등 위치 기반 서비스의 핵심 기술로 활용되면서 교통·물류·모바일 산업으로 확산되었다. 나아가 정찰위성과 무인기 제어 기술은 자율주행 차량의 라이다(LiDAR)와 센서 네트워크 등 미래 모빌리티에 활용되고 있다. 군이 개발한 기술은 더 이상 군사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민간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든든한 마중물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막대한 자본과 유연한 조직력을 갖춘 민간 기업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반도체, 드론 등 첨단 기술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그 성과가 군사 분야로 이전되는 스핀온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는 민간이 개발한 고도화된 AI 알고리즘과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이 군의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폰으로 조종되는 민간 드론에 적용된 고성능 카메라, 고효율 배터리, 자율비행 AI 기술은 이제 군사 작전과 정찰 분야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미 위성 데이터 정보, 통신 네트워크, 반도체 및 센서 기술은 첨단 무기체계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군이 최신 기술을 유지하려면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스핀오프와 스핀온을 넘어, 군과 민간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개발하는 스핀업(Spin-up) 협력이 요구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단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형무장헬기(LAH)와 소형민수헬기(LCH)를 동시에 개발함으로써 군과 민간이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을 공유한 스핀업 사례가 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민간 혁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 선진국들은 이미 민간과 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혁신을 창출하는 '민·군 양방향 기술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군 협력은 안보 강화는 물론 나아가 항공우주 생태계 구축과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21세기형 연금술이 될 것이다. 향후 단순한 기술 공유를 넘어 항공기 인증, 공역 운영, 항공교통관리(ATM), 통신·항법·감시(CNS) 체계까지 아우르는'민·군 통합 패러다임'구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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