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사립대처럼 곳간에 돈 쌓을까…'적립금' 허용 논란

서진욱 기자
2015.01.08 05:19

기성회회계 대체법안, 적립금 허용해 논란 야기… 학생들 "사립대처럼 등록금 오를 것"

국회가 기성회회계 폐지의 대체법안으로 논의 중인 '국립대학재정회계법안(재정회계법안)'에 따라 국립대가 적립금을 쌓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와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기성회회계의 대체법안으로 정부·여당의 재정회계법안(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 입법을 논의 중이다. 여야 간 입장차가 크지만 해당 법안을 기반으로 교문위 차원의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일반회계와 비국고인 기성회회계를 교비회계로 단순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립대 학생과 기성회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성회비가 폐지돼도 같은 금액만큼 수업료를 올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가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적립금을 쌓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안 제22조는 결산 잉여금에서 세출이월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건축시설·장학·연구 및 퇴직 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립대에서만 허용됐던 적립금 제도를 국립대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적립금 제도가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을 유발한 주요인으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해당 규정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대생연합, 전남대·공주대·부산대 총학생회 등 국공립대 학생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적립금 확대를 위해 등록금이 인상될 수 있다"면서 재정회계법안 입법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4년제 사립대 156곳의 적립금 총액은 9조797억원이다. 2008년(7조459억원)보다 28.9%(2조337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일부 수도권 사립대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 인하, 교육환경 개선 등에 활용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국립대에 적립금 제도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가 국립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학생과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법안 발의 당시 검토보고서에서 임진대 교과위(현 교문위) 전문위원은 "사립대의 경우 감가상가비 상당액의 건축적립금 외에는 교비회계에서 다른 용도의 적립금을 적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장학·연구 및 퇴직 적립금은 적립금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위원은 "국립대 결산 잉여금이 정부의 출연금을 주요 재원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으로 건축적립금을 적립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며 "적립금 제도를 운용할 실익이 크지 않고, 발전기금이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립금 조항은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국고보조금은 적립금으로 쌓을 수 없기 때문에 기부금과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적립금의 재원이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적립금을 쌓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현재 예산체제에서는 정부의 관리감독이 가능하지만, 재정회계법안이 통과되면 국립대 총장 마음대로 예산을 활용할 수 있다"며 "국립대가 사립대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재정회계법안은 정부가 사업별로 지급하고 있는 국고지원금을 총액으로 출연하도록 해 국립대 총장의 재정운용 권한을 대폭 확대시켰다. 차입금과 수익사업도 허용해 사실상 국립대를 사립대로 만드는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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