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금연구역 전면 확대로 흡연자들이 담배를 필 수 있는 실외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고민에 빠졌다. 일부 자치구에선 실외 흡연 부스를 설치하거나 검토 중이지만 서울시와 대다수 자치구는 '금연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7일 서울시와 자치구들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중 처음으로 광진구가 실외 흡연부스 2군데를 설치했다. 중구도 이달 중 을지로입구역 주변에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광진구는 지난 12월 유동인구가 많은 건대입구역 2번 출구와 강변 동서울터미널 호남선 2곳에 실외 흡연부스를 설치한 뒤 시범 운영 중이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15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오전 5시 30분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개방된다.
광진구의 이 같은 결정은 흡연시설 미비에 따른 비흡연자의 민원이 그간 빈번했기 때문이다. 광진구 관계자는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 마찰과 민원이 많았다"며 "비흡연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흡연공간을 별도로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단 반응이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흡연자 정민우씨는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을 수 있는게 아닌데 무턱대고 담뱃값을 올리고 금연구역을 늘리니 난감했다"며 "마음 편히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흡연자들만큼 비흡연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비흡연자인 직장인 이민정 씨는 "매일 지나다닐 때마다 원치 않아도 맡아야 하는 담배연기 때문에 괴로웠는데 흡연부스가 생긴 이후 길거리에서 마구 피는 흡연자가 확연히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도 "무작정 막는다고 담배 냄새를 안 맡는 게 아닌데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반응이 좋으면 주요 환승역 및 승강장에 추가 설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상 문제점도 함께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중구는 올해 금연사업 추진계획에 흡연부스 설치 검토를 포함시켰다. 검토지역은 유동인구가 많은 을지로입구 7, 8번 출입구 주변이며 필요에 따라 추가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흡연인구 요구를 충족시키고 지정된 장소 외 흡연을 근절해 간접흡연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중구 측은 다만 전문위원 심의와 실효성 등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구 관계자는 "서울역 같은 경우도 흡연부스를 만들었지만 막 피우는 경우도 많아 추가로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구의회도 흡연부스에 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김동욱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0% 흡연 인구의 불만도 해소하고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라며 "아무리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막아도 어디서든 피게 돼있다"며 흡연부스 설치를 주장했다. 조민국 성북구의회 의원도 길음뉴타운 8단지 내에 금연단지를 지정하며 흡연 부스가 필요할 경우 지원 여부를 구청에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와 대다수 자치구는 실외 흡연부스 설치가 금연을 권장하는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금연 구역이 늘면서 흡연부스 설치 얘기가 나오는데 정부 방향과 달라 정책적으로 추진하긴 조심스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와 성북구 등 복수의 자치구 관계자들도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