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도입됐지만, 서울, 인천, 부산,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접수 사건의 40~50%를 학교에서 자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끼리의 경미한 다툼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전담조사관의 개입이 오히려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도 이런 교육현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부터는 전담조사관의 파견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장의 요청에 따라 자체 조사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수정할 예정이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4년 3월~10월 '전국 17개 교육청 학교폭력 처리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전체 학교폭력 접수 건수 대비 전담조사관의 처리 비율이 48%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절반 이상을 예전처럼 학교 선생님들이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은 53.9%, 부산은 56%, 전북은 64.6%로 뒤를 잇는다. 제주, 전남도 10건 중 3건은 학교에서 자체 조사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체조사를 유지하는 이유는 교육적 지도를 통한 아이들 관계 회복을 위해서다. 사안이 경미한 경우 학생들을 지켜봐 온 교사 등은 양 측의 입장을 중재하거나 화해를 유도할 수 있는 여지가 높다. 자체조사를 하는 정량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장의 판단과 관련 학생, 학부모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 책임교사 등이 자체조사를 하더라도 필요시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리는 것은 동일하다.
학교의 재량권을 보장 해줘야 한다는 교육청들의 요청에 따라 올해 교육부의 관련 가이드라인도 변경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조사관 배정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에서 자체조사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해 학교의 판단을 보다 존중한다.
전담조사관이 모든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인력이 충분한 지도 문제다. 지난해 전국에서 위촉된 전담조사관은 2217명으로, 3~10월간 1인당 평균 18건을 처리했다. 월 평균으로 보면 2.25건으로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월 2건과 비슷하다. 그러나 전담조사관의 채용 기준이 퇴직 교원, 퇴직 수사관 등으로 한정되다보니 지역별 차이가 크다. 1인당 평균 처리 건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로 36.5건에 달한다. 1인당 월 4.6건을 담당했다는 얘기다. 대전도 1인당 처리 건수가 29건으로 월 3.6건에 달한다. 충남, 울산, 경기도, 경남도 1인당 평균 처리건수가 20건을 웃돌았다.
전담조사관은 사건이 자동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맡을 사건을 선택해 사람마다 편차도 실제 1인당 처리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교육청의 '2024 학폭조사관 개인별 조사 현황'에 따르면 조사 건수가 10건도 채 되지 않는 조사관이 48명(약 27%)이었고 조사를 단 한 건만 진행한 조사관도 7명이나 됐다. 가장 많은 조사를 진행한 조사관은 총 46건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담조사관은 생업이 아닌 부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아 개인적인 여건이 어려우면 조사를 적게 맡을 수 있다"며 "전담조사관의 장점을 살려 교사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학교의 자율성과 아동지도를 담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