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은 우리가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야당도 이제 양보를 해야 한다."(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당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양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입장을 바꿔봐야 한다."(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돌고 돌아 제자리다. 지난 24일 여야 3+3 회동에서 테러방지법은 타결되지 못했다. 전날 여야가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이 아닌 총리실에 두는 안에 합의하며 의견이 좁혀지는 듯했지만 이날 새누리당은 이마저 재검토하겠다고 번복했다. '정보수집권'을 놓고도 공방이 계속됐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법안 협상은 해당 상임위 법안소위 소속 의원들의 심의와 보완, 조정을 거쳐야 하는데 소위 '테러방지법안'은 정보위원회 밖에서 수개월째 공전하고 있다. 여야 정보위원들의 협상이 아닌 지도부의 '딜'에 기대다보니 핵심 쟁점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안은 지난해 10월 정보위 국감에서 국내 IS(이슬람국가) 동조자와 북한의 국회 사이버해킹 시도가 알려지고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하면서 관심 법안으로 급부상했다. 테러방지법에 '쟁점법안' 꼬리표가 붙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11월18일 정보위 긴급 현안보고를 시작으로 같은 달 27일과 30일 법안소위가 열렸다. 2년만의 법안소위였다. 여야는 '국정원 역할과 권한'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으로 권한이 강화될 국정원을 국회가 감시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했으나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임위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지난해 12월2일 새벽 여야 원내지도부는 2016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테러방지법을 정기국회 내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정보위 야당 의원들은 "날벼락이다. 국정원을 감시할 대안 없이 날림으로 법을 만들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의화 의장이 쟁점법안의 직권성장을 거부한데다 김무성 대표가 "컨트롤타워를 국가정보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원내대표간 합의내용을 번복하면서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발됐다.
이후 테러방지법은 임시국회 '5대 쟁점법안'에 포함됐으나 서비스발전기본법, 노동5법 등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면서 논의가 미미했다. 그러다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터키 이스탄불 테러 등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법안으로 언급되며 논의가 재개됐다. 이번엔 '선거구 획정'과 엮일 위기에 처했다.
여야의 입장차는 분명하다. 여당은 국정원에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 수집권을 부여하자는 것이고 국정원의 신뢰하락을 감안할 때 국민 기본권 제한과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높아 정보수집권을 국민안전처에 줘야 한단 것이다. '정보수집권'은 국정원의 역할과 직결돼 양측의 양보가 어렵다.
수개월간 협의에도 진전이 없는 이유는 뭘까. 테러방지법안을 조항별로 들여다보고 협의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유행처럼 사건 발생시 잠깐 주목했다 말고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지난 23~24일 여야 회동에서도 테러방지법은 쟁점에 대해 단 몇분 이견을 주고받고 끝났다. 합의사항을 번복한 게 수차례다.
이렇다보니 야당은 여당이 테러방지법안을 통해 국정원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파리 테러 등 해외의 테러사건을 우리나라 테러위험과 연결하는 건 섣부르단 지적도 있다.
테러는 위험하다. 여기저기 흩어진 테러방지 관련 규정을 통합하는 테러방지법률 제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안은 '패션'이 아니므로 이름이나 외부 유행에 휘둘리지 말고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