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위(대위원회)'가 된 국회 소위

조철희 기자
2017.11.23 21:36

[the300]

국회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법안심사를 위해 상임위원회제도를 운영한다. 각 상임위 안에서도 분업이 이뤄지는데 바로 소위원회다. 법안이나 예산안을 예비심사하는 소위 위원들은 권한이 막강하다. 소위가 얼마나 활발히 운영되느냐에 따라 국회의 법안 처리 성과가 좌우된다.

이번 정기국회는 소위 활동의 부진으로 법안 처리 속도가 매우 더디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이행법안, 내년도 예산안, 각종 민생법안 등이 소위 테이블에 묶여 있다. 이에 따라 현재 20대 국회 접수 의안 중 처리 비율은 21.7%에 불과하다.

법안 처리 부진은 여야의 정치적 대립 탓이 크지만 그 폐해를 넘어서자는 것이 소위의 취지다. 그러나 효율적인 의사진행이 어려운 소위 구성 형태가 문제로 지적된다. 소위 위원이 너무 많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쟁점·논란 사안을 다룰 때는 입이 많아 싸움이 길어진다.

일례로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는 무려 13명이다. 상임위 전체 인원의 절반이 들어가 있다. 전체 인원이 16명인 환경노동위에 버금가는 규모다. 소위가 아니라 '대위'(大委)로 불러야 한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지리한 공방과 비효율적인 의사진행으로 소득세법, 법인세법 등 중요 법안 처리는 답보 상태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10명이 넘는 소위가 적잖다.

소위 인원 규정은 없다. 이해가 크게 걸려 있는 소위는 여도 야도 많은 의원들이 자리를 탐낸다. 소위는 특수이익의 로비대상이 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위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선임될 수 있는 소위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소위 위원 정수에 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소소위 활성화 △법안심사소위 복수화 △상설소위 운영 등 여러 대안을 거론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정당 간 이해 충돌에 막혀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있는 소위나 잘 굴리자'는 소리도 나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를 회기 여부와 관계 없이 상시 운영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는 소위 운영과 구성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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