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상임위원장, 정쟁 속 '정책 국감' 하드캐리한 장면들

박소연, 민동훈, 오문영, 박상곤 기자
2023.10.30 06:20

[the300][MT리포트][국감 스코어보드 결산]③

[편집자주] '일하는 국회'를 내세운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2015년부터 국회의원의 본령에 따라 꿋꿋하게 정책 질의를 펼친 의원들을 조명하고 있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국정감사 스코어보드'는 올해도 이어졌다.
김도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전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0.20. /사진=뉴시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내년 총선을 반년 앞두고 극단화된 여야 정쟁을 반영하듯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를 추스리고 국감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상임위원장들의 노고가 어느 때보다 눈에 띄었다.

이재명 국감 신경전…김도읍, 읍소하고 때론 강단있게

전통적으로 여야간 대치가 빈발해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올해 국감이 '이재명 국감'으로 점철되면서 아슬아슬한 긴장 상태가 계속됐다. 거의 매 피감기관 감사 때마다 야당 의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문제삼고 여당 의원들은 허위 인터뷰·녹취록 보도 의혹에 이 대표가 연루돼 있다고 맞섰다. 여기에 감사원의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와 이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표적감사 의혹 수사 등을 놓고도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여야의 충돌을 중재하면서도 과열로 흐르는 질의는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워낙 민감한 현안이 많고 질의 대부분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재판과 관련됐던 만큼 이를 조율하지 않으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위원장의 개입과 발언권 제한에 항의하는 일이 잦았다. 김 위원장은 "제 진행이 미숙하다"고 굽히는가 하면 "제발 협조 좀 해달라"고 읍소하는 방식으로 극단적 파행 없이 회의를 이끌었다.

김 위원장이 위원장석에서 질의를 하는 데 대해서도 야당은 국감 첫 날 아예 단체로 자리를 뜨며 항의했는데, "(국감) 보이콧은 아니겠죠"라며 허허 웃어넘겨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끝까지 질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강단도 보였다.

전투력 대신 노련함 더한 장제원…野도 찬사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0.10. /사진=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장제원 위원장은 평상시 보여온 전투력을 덜어내고 특유의 노련함으로 과방위를 큰 파행 없이 마무리 짓는 저력을 보여줬다.

피감기관의 자료제출과 관련해선 야당을 향한 배려와 동시에 따가운 질책도 잊지 않았다. 장 위원장은 지난 11일 과기정통부 대상 국감에서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야당 의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과기부를 향해 "민형배 의원(민주당)에게 글로벌 R&D 예산도 드리시고 기재부가 운용비 절감을 위해 어떻게 정부출연연구기관들 운영비 반납했는지에 대해서도 빠른 시간 내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위원장은 역시 장제원"이라는 말도 들었다. 지난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대상 국감에선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관련 야당의 질의에 대한 박성중 위원장 대행(여당 간사)의 회의 진행을 놓고 여야가 파행을 겪다 정회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장 의원이 돌아오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장 위원장이 없으니 회의가 진행이 안 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참고인들을 향해선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강봉구 삼성전자 부사장, 김지형 SK텔레콤 부사장 등이 질의에 명확한 답을 못 하자 "성의를 다해 답변하지 않으면 국민 통신 요금 안정을 위한 청문회를 하고, 각 사 CEO(최고경영자)를 증인 채택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차수변경 각오"…완벽한 자료제출 이끈 이재정
이재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20. /사진=뉴시스

이재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도 노련함을 여과없이 뽐냈다. 철저한 질의 시간 관리는 물론 깐깐한 자료제출 요구 등을 통해 원활한 감사진행을 이끌었다. 특히 이 위원장은 피감기관의 자료제출과 관련해 처음부터 "자료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차수변경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국회가 두루뭉술하게 요청해 제출이 어렵다고 한 기관은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료 요청에 대해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불응하는 것에 대해선 자료제출 판단의 권한이 있는 당사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을 관철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회의 진행 과정에서도 수시로 제출목록을 체크하고 의원실과 피감기관 간 협의를 유도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대상 국감에선 단 1명의 의원 질의를 남긴 상태에서 산업부의 자료 제출이 늦어지자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질의를 이어가지 않은 채 기다리는 뚝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산자위는 올해 국감에서 단 한 건의 자료 미제출도 없이 감사를 마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여야, 정부를 구분하지 않고 질의시간 엄수를 요구하면서도 수준 높은 정책 국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질의와 답변에 필요한 시간을 할애하는 융통성을 보이기도 했다.

양평·통계조작 대치 속…재치로 분위기 녹인 김민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문을 김민기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악수하고 있다. 2023.10.10. /사진=뉴시스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정쟁과 현안으로 얼룩진 올해 국감에서 돋보이는 진행력을 보여줬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과 전임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을 두고 수시로 파행이 벌어졌으나 다년간의 상임위원장 경험에서 쌓은 관록이 빛을 발했다. 그가 가진 특유의 재치는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내는 '만능키'였다

무엇보다도 항의성 의사진행발언 요청을 능수능란하게 끊어내는 데 천의무봉의 실력을 보였다. 요청이 잇따를 때면 "의사진행발언이란 게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엔 그러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의사진행이 잘 되고 있는데요?"라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면서 파행을 차단했다. 이러한 그의 진행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존중받았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의 마이크가 발언 시간이 끝났음에도 꺼지지 않아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항의했을 때도 "타이머와 마이크 연동에 가끔씩 오작동이 난다고 하는데 고치겠다"며 "다음에는 오작동이 유경준 의원 질의에 발생하기를 바라본다"는 농담으로 잡음없이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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