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마이클 잭슨은 가능한데...2026년 한국 톱스타는?

민동훈 기자
2026.02.16 10:20

[the300] [기획]1인 기획사, K컬쳐 '성장 엔진'인가 '탈세 창구'인가 ⑤해외 사례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이 1996년 10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첫 번째 내한 공연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1996년 서울에서 열린 내한공연 당시 팝가수 마이클 잭슨은 '히스토릭 투어스 오브 마이클 잭슨(Historic Tours of Michael Jackson)'이라는 1인 기획사를 통해 공연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공연 시행사는 출연료를 개인이 아닌 해당 법인에 지급했다. 당시 과세 쟁점은 이 소득을 개인의 인적용역소득으로 볼지, 법인의 사업소득으로 볼지 여부였다.

한·미 조세조약에 따르면 개인 인적용역소득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고정사업장 유무와 관계없이 과세가 가능하다. 반면 법인 사업소득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과세할 수 있다. 과세당국은 마이클 잭슨이 해당 법인에 고용된 종업원 자격으로 공연을 했다고 보고 공연 대가를 법인 사업소득으로 판단했다. 1인 기획사의 법인격과 실질을 인정한 결정이었다.

최근 연예인이 설립한 1인 법인을 통한 소득 귀속을 두고 국세청의 과세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당국이 연예인·인플루언서 등의 1인 법인에 대해 비용 처리와 소득 귀속 구조를 집중 점검하면서다. 무늬만 회사인지 아니면 실제로도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개인 인적용역소득으로 재분류해 과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종합소득세율이 직접 적용돼 세 부담이 커진다. 법인 단계에서 비용을 처리하고 법인세를 납부한 뒤 급여나 배당으로 소득을 수령하는 구조와 달리 개인 소득으로 귀속되면 과세표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과거에는 인정됐던 구조가 지금은 사후적으로 부인되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미·일 연예인 소득 구조 비교/그래픽=이지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미국은 1인 법인 구조를 제도권 안에서 인정해 왔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론 아웃 코퍼레이션(Loan-out corporation)'은 연예인이 지분을 전부 또는 대부분 보유한 1인 기업을 설립해 연예용역 계약을 해당 법인 명의로 체결한다. 연예인은 법인의 대표이자 주주인 동시에 직원으로 근로계약을 맺는다. 법인이 활동 대금을 수령하고 비용을 처리한 뒤 급여나 배당 형태로 소득을 지급한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연예·영상 산업 종사자들이 활용해 온 론 아웃 코퍼레이션 구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주 노동당국의 감사 과정에서 해당 구조의 적법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자 업계와 노조의 요구를 반영해 기존 계약 관행을 법률로 재확인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연예인이 설립한 법인이 급여 지급과 원천징수, 세금 신고 등 고용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해당 법인을 통한 계약 체결과 소득 귀속을 유효한 구조로 인정한다. 제작사와의 계약 주체를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두는 산업 현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일본은 또 다르다. 다수의 연예인이 대형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며 방송·광고 계약은 기획사 명의로 체결한다. 아무로 나미에 등을 배출한 라이징 프로덕션 SMAP과 아라시가 소속됐던 쟈니스 프로덕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획사는 연습생 선발과 트레이닝, 홍보·마케팅, 스케줄 관리 등의 전반을 맡는 대신 연예인과 장기 전속관계를 유지한다.

일본 연예계에서는 이를 흔히 '지무쇼(事務所, Jimusho)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신인이나 중견 연예인의 경우 월급제 또는 고정급 중심의 보수 체계를 유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톱스타는 성과 배분 비율이 높지만 여전히 계약 주체는 기획사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세무 구조도 이에 맞춰 설계된다. 방송사나 광고주가 지급하는 출연료는 기획사의 법인 매출로 계상되고 기획사는 비용을 공제한 뒤 법인세를 부담한다. 이후 연예인에게는 급여 또는 성과 배분금 형태로 지급한다. 이 경우 연예인은 급여소득자 또는 이에 준하는 지위에서 소득세를 납부한다. 소득이 개인 사업소득으로 직접 귀속되는 경우와 달리 기획사 단계에서 1차적으로 세무 처리가 이뤄지는 구조다.

세무업계에선 K-엔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한 만큼 과세 체계 역시 글로벌화된 산업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세무 전문가는 "산업 초기에는 법인격을 인정해 놓고 시장 규모가 커진 뒤 같은 구조를 달리 해석한다면 납세자 입장에서 세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1인 법인 구조의 인정 범위와 요건을 보다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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