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모든 음식점과 커피숍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실외 금연구역 마저 늘어남에 따라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인상된 담배세 일부를 흡연부스 등 흡연시설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담뱃값 올리는 만큼 흡연공간도 마련해줘야
2일 오전 10시 광화문 SK그룹 본사 사옥 앞 흡연구역에는 10여명 가량의 직장인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영하 7도의 추위에 손가락이 언 이들은 한 손엔 자판기 커피를 들고 있기도 했다.
40대 직장인 문모씨(남)는 "담배 피울 곳을 찾아 직장 건물에서 2분 정도 떨어진 SK 사옥으로 이동해왔다"면서 "직장 옥상에 마련된 흡연시설이 열악해 일부러 이곳으로 온다"고 말했다.
그는 "담뱃값은 오르고 흡연자들을 마치 범죄자처럼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흡연공간 마저 없어지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인상한 세금 가운데 일부를 흡연공간 마련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을지로입구 역 근처를 지나던 김모씨(49·남)는 흡연장소를 발견하자마자 길을 멈추고 담배를 꺼내 들었다. 김모씨는 "담배 필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견해 반가웠다"며 "담뱃값을 올리고 규제를 하는 만큼 동시에 흡연공간 또한 마련해줘야 세금인상에 대한 반발이 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연구역 옆이라도..." 금연구역 지정 무색
정식 흡연부스가 없다보니 금연구역 인근에서도 버젓이 흡연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정문에는 금연표시된 팻말들이 세워져 있었지만 불과 스무 발자국 떨어진 을지로 입구역 출입구 앞쪽으로 십여명의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금연구역 코 앞임에도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재떨이통까지 마련돼 있어 금연구역 지정을 무색케했다.
이 곳에서 흡연 중이던 하모씨(38·여)는 "금연구역 근처지만 마땅히 담배를 피울 곳도 없고 재떨이통도 있으니 자연스레 흡연구역으로 변한 것 같다"며 "하지만 곧 이곳도 재떨이통이 치워지고 흡연이 불가능한 구역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길거리 흡연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 역시 늘고 있다. 현재 흡연구역으로 사용되고 있는 골목과 건물 구석 등이 비흡연자들의 통행로와 전혀 분리돼 있지 않아 통행 시 비흡연자들은 담배연기를 그대로 마실 수밖에 없다.
시민 이모씨(70·여)는 "사람들이 길거리나 골목에서 단체로 담배를 피우다보니 지나갈 때마다 연기와 냄새로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정모씨(25·남)씨 역시 "실내 흡연이 불가능해지고 흡연을 위한 실외 시설은 없다보니 길거리 흡연이 더 느는 것 같다"며 "특히 어린 아이들이 이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