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함께 800억원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모금'한 혐의를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조만간 안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밤 11시40분쯤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은 본인과 관련된 주요 혐의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출석 전 핵심 참고인들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했다"며 "체포하지 않을 경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높아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범인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안 전 수석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최씨가 기업들에게서 800억원 상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끌어모을 때 안 전 수석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은 최씨와 짜고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롯데에 70억원을 더 내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두 사람은 롯데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고있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최씨 소유의 회사 더블루케이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장애인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때에도 안 전 수석이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안 전 수석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휴대전화 여러 대 등 안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K스포츠재단 노모 부장도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혐의에 대해 결정적인 증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안 전 수석은 지난 2월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이중근 부영 회장, 김시병 사장을 만나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70억원대 투자유치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정 전 사무총장을 회유하려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한편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배경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의 뜻'을 언급하며 사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과 함께 멕시코 순방 중이었다.
또 포스코가 K스포츠재단의 사업 제안에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이자 안 전 수석은 "포스코 회장에게 얘기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 사항은 VIP(대통령)께 보고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의혹을 줄곧 부인하다 최근 태도를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최순실이니 더블루케이니 난 전혀 모른다"고 하다 최근 검찰 수사를 준비하면서 "모든 일은 대통령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을 구속한 후 다음주 중으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로, 최근 안 전 수석과 함께 출국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