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쇼티지 속 '중국산 채택 확대' 움직임도
국내 기업은 HBM4로 기술 격차 유지 총력

중국 D램 기업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국내 기업이 주도해온 고부가 서버용 메모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격적인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메모리 쇼티지)으로 중국산 메모리 채택을 검토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CXMT의 잠재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올해 D램 생산을 위한 웨이퍼의 20%를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조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3 이전 세대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과 CXMT의 기술 격차는 약 4년 정도로 평가됐으나 HBM3부터 3년 이내로 좁혀진 것으로 여겨진다.
CXMT는 2016년 설립 당시만 해도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 서버에 사용되는 D램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사실상 전무했다. 하지만 약 10년 만에 구형 D램을 넘어 고부가 서버용 메모리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CXMT는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5%를 기록하며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이어 업계 4위에 올랐다.
CXMT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의 수혜를 누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메모리 3사가 6세대 HBM4 등 첨단 메모리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는 사이 저사양 일반 D램 등에서 물량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고객 확대에 나섰다. 글로벌 2·3위 PC 제조사인 미국 HP와 델 역시 최근 메모리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CXMT D램에 대한 품질 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CXMT는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과 풍부한 인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특히 메모리 3사가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제품 공급이 줄었고 그 공백을 중국 기업이 파고들고 있다. 이는 중국 메모리 기업의 시장 입지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XMT는 공격적인 증설도 추진 중이다. 중국 허페이와 베이징 팹(공장)에 이어 상하이 공장도 부지 확장에 나섰다. 완공될 경우 생산 능력은 허페이 공장의 2~3배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이르면 올 상반기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생산라인 고도화와 선행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CXMT의 IPO 기준 기업 가치는 약 3000억 위안(약 62조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약 75%를 재투자할 예정"이라며 "단순한 설비 증설보다는 미세 공정 기술력 확보를 통해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축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181,200원 ▲2,600 +1.46%)와 SK하이닉스(880,000원 ▼8,000 -0.9%)는 기술 초격차를 앞세워 중국 기업의 추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HBM4를 양산 출하했다. JEDEC(반도체 국제 산업 표준 기구) 기준인 8Gbps(초당 기가비트)를 약 46% 웃도는 11.7Gbps 동작 속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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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역시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엔비디아는 올해 HBM4 물량의 60% 안팎을 SK하이닉스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최고 성능의 기술 개발과 함께 양산성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HBM4 등 차세대 기술을 통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