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16일. 아내를 살해한 뒤 충남 태안군 한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강모씨(당시 38세)가 필리핀에서 검거됐다. 이 사건은 2023년 1월25일 '직장 동료가 설 연휴 이후 출근하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저수지 인근에서 피해자 휴대전화 위치정보 시스템(GPS)이 끊겨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일대를 수색했고 같은 해 1월31일 얼어붙은 저수지 아래에서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가방에는 피해자 시신과 돌이 잔뜩 들어있었다.
가방에서 나온 시신은 강씨 아내 A씨였다. 시신에는 복부에 커다랗게 베인 흔적과 10여군데 찔린 흔적이 있었지만 자상은 모두 사후 생긴 것이었고 직접적 사인은 질식사였다. 목에서는 가는 끈으로 감아 뒤에서 당긴 형태의 삭흔이 발견됐다.
경찰이 주변 CC(폐쇄회로)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남편 강씨 차량이 저수지 부근 800m밖에 안 되는 거리 사이에서 50여 분간 머문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남편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했다. 그러나 강씨는 이미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경찰은 강씨가 1월22일 아내 A씨를 살해한 후 다음 날인 23일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했고 아내 명의로 2000만원 대출받은 후 그날 밤 출국한 것이라 봤다.
경찰은 인터폴 적색 수배서를 발부받아 강씨 행적을 추적했다.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했던 강씨는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필리핀으로 입국하던 중 마닐라 공항에서 도주 18일 만인 2월10일에 붙잡혔다.
강씨는 필리핀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됐으나, 국내 송환 절차를 밟던 중인 5월21일 탈옥했다. 필리핀 당국 추방 결정 등 송환 절차가 늦어져 약 3개월이 흐른 가운데 벌어진 일이었다.
강씨는 탈옥 8일 만인 같은 달 29일 마닐라의 한 콘도에서 붙잡혔다. 현장에서는 강씨 소유로 보이는 1㎏ 상당의 마약이 함께 발견됐다. 이는 약 3만3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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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강씨는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고, 필리핀에서의 수사와 처벌이 마무리될 때까지 국내 송환이 미뤄지게 됐다.

2024년 7월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탈옥 후 체포된 강씨는 5월 30일 필리핀 경찰 브리핑에서 아내 살인 혐의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강씨는 탈옥 전 가족들과 전화 면회에서도 자신이 아내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빚 때문에 마약 배달 일을 했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두 남성이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했다.
강씨는 "메신저로만 연락하던 이들이 설날 느닷없이 찾아와 그들과 대화하던 중 습격당해 정신을 잃었다"며 "다음날 깨어나 보니 아내는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는 "아내 사망은 사고였기에 (처가에)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어쨌든 사고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쿠탄 수용소에서 만난 한국인에게는 "아내 돈을 빼앗기 위해 지인 두 명과 사전 모의해 강도로 위장한 것"이라며 또 다른 주장을 했다. 그는 또 "처음엔 아내가 죽은 걸 알지 못했지만 같이 모의했으니까 두려운 마음에 아내 시신을 저수지에 버렸다"고 했다.
강씨는 아내 살해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필리핀에서 무기징역 혹은 사형까지 가능한 마약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이는 국내 강제 송환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필리핀과 한국은 수용자 이송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필리핀에서 처벌받으면 강씨를 송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필리핀 교도소에선 돈만 있으면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른바 'VIP'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 한국 송환이 불투명해지면서 해당 사건은 답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