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1000만 상조시대, '리부트'의 시간 ④ 상조서비스 질적 성장 위한 과제 '세 가지'

국내 상조(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이 1000만 가입자 시대를 앞둔 대전환기를 맞으면서 업계는 장례 지원을 넘어 여행·웨딩·헬스케어까지 아우르는 '토탈 라이프 서비스'로의 진화를 꿈꾼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산업의 질적 성장을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규제 등 관리·감독 체계 개편이 꼽힌다. 10조원 규모의 선수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금융권 수준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조회사는 정부의 인가가 아닌 등록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 상조 서비스는 금융상품 중 '선불식 할부거래 제도'로 분류돼 현행법상 선수금의 50%만 은행에 예치하면 그 외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금융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거나 자본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할 의무도 없다. 진입규제와 영업행위 규제, 건전성 규제 등의 강화 모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조회사의 위법행위 전반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거나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공정위 등 당국의 상조 서비스 감시·감독 확대가 필요하고, 법을 어기는 등 소비자를 기만할 경우 과태료를 비롯한 법적 조치를 강화해야한다는 게 골자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조회사에 선수금 운용의 건전성 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고객의 돈을 목적 외로 유용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 안도 선수금을 사금고로 활용하는 것을 막고 준법관리 및 연대책임, 실태조사·자료제출요청 근거를 명시했다.
부처 간 '칸막이 행정'도 거론되는 문제다. 현재 상조 서비스의 핵심인 '선수금(돈)' 관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맡고 있지만, 장례가 치러지는 '현장(시설)'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관리 주체가 이원화되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선수금 운용 현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필요시 금융당국과의 공동 감독 체계를 구축해 감시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 운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소비자가 자신이 가입한 서비스의 선수금 규모는 물론 업체의 부채비율이나 지급여력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를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바가지요금'과 '끼워팔기'를 근절하기 위해 품목별 단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장례 서비스 표준 가격제'와 우수 업체를 선별하는 인증제 도입 등도 보완 제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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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선수금 50% 예치 규정 외에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규제가 거의 없다보니 하청에 하청을 주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하거나 고객을 특정 장지로 유도한 후 소개 비용을 받는 리베이트 등 현장 서비스에 대한 문제도 산적해있다"며 "상조 서비스가 국민 보편 서비스로 커진 만큼 이제는 그에 걸맞은 질적 관리와 강력한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