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는 엄마들은 다 '맘충' 이에요?"
2살짜리 딸이 있는 주부 성은주씨(가명·35)는 공공장소가 불편하다. 애가 울기라면 하면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보기 바쁘다. 피해를 조금만 줘도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서다. 특히 '맘충(엄마를 뜻하는 'mom'과 벌레충(蟲)을 합친 비하 단어)'이란 말은 충격이었다. 아이 엄마들을 죄다 비난하는 것 같았기 때문.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주위서 수군대기만 해도 제 발 저린다. 성씨는 "맘충 논란을 볼 때면 같이 욕 먹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시 '맘충' 논란이다. 지난달 말 불거진 가짜 유기농 '미미쿠키' 사태가 이로 번졌다. 가해자는 미미쿠키를 만든 부부인데, 화살이 일부 엉뚱하게 돌아갔다. 이 쿠키를 주로 사먹은 아이 엄마들이다. 피해 입은 이들인데, 맘충이라며 조롱 대상이 됐다. "맘충들 유난 떨더니 꼴 좋다", "멍청하게 속았다"는 식의 혐오가 쏟아졌다.
이들 머릿 속 '맘충'은 대체 뭐길래 틈만 나면 비난을 할까. 이를 역으로 따져보기로 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1~4일 서울 중구·종로구·양천구·강서구 일대 행인 100명을 대상으로 '맘충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 87%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애 엄마들"이라고 답했다. 구체적 내용은 달랐지만 대다수가 '민폐'나 '무개념', '배려 실종', '이기적', '안하무인' 등 단어를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공공장소서 피해를 입었던 사례를 함께 언급했다. 아이가 피해를 주는데도 방치하는 엄마들 사례가 많았다.
직장인 서동욱씨(45)는 "식당에서 아이가 빽빽 소리 지르고 뛰어 다니는데도 안 말리는 엄마를 봤는데, 그때 '맘충'이란 단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20)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애가 음료를 한가득 쏟았는데, 미안하단 말도 없이 '이거 닦아주세요'하고 말았다. 그러고도 애가 뛰어 다니게 냅두더라"며 "맘충 목격 사례"라고 꼬집었다.
아파트 거주민이라는 주부 유모씨(56)는 "저녁 시간 집앞 놀이터에서 애들이 너무 시끄럽길래 '조용히 좀 해달라'고 했더니, 애 엄마란 사람이 '애들이 다 그렇지 뭘 그러느냐'며 따졌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응답자 9%는 "육아도 집안 살림도 제대로 안하고 놀러 다니는 엄마들"이라고 답했다. 직장인 전모씨(36)는 "남편은 고생하는데, 낮에 카페서 수다나 떨고 애는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 사람들 있지 않느냐"며 "그런 사람들이 맘충 같다"고 말했다.
'맘충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느냐'는 질문에는 93%가 '무개념, 이기적', 81%가 '2030 젊은 엄마', 79%가 '눈치 안 보는', 74%가 '극성, 유난스러움', 58%가 '맘카페(온라인에서 아이 엄마들이 모여 활동하는 커뮤니티)' 등 단어를 포함시켜 답했다. 이를 종합하면, '유난스럽고, 자기 밖에 모르는(남에게 피해 주는), 눈치도 안 보는, 맘카페에서 활동 중인 젊은 엄마' 등으로 요약된다.
그간 논란이 불거진 사례들에는 이 같은 인식이 잘 드러난다. 지난 7월 태권도 학원 차량이 난폭운전을 한다고 맘카페에 고발 글을 올렸다가, 블랙박스 공개로 역풍을 맞은 '태권도 맘충'이 대표적이다. 시내버스 기사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 엄마를 태운 채 출발해 논란이 불거진 '240번 버스' 사건도 추후 '맘충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같이 '맘충=아이 엄마'를 뜻하는 게 아님에도 엄마들 마음은 편치 않다. 그저 아기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공장소에서 '맘충'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워킹맘' 이은지씨(31)는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정당한 부탁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며 "맘충이라고 욕 먹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부 조모씨(34)도 "어디까지가 맘충인지 기준이 애매하지 않느냐, 신경 안 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