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걱정되시는 부모님들은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학폭 폭로’가 연이어 터지는 요즘 ‘내 아이가 학폭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SPO(학교전담경찰관)로 활동 중인 최승호 여성청소년과 경장(33)에게 아이가 학폭을 당하는지 아는 방법이 없냐고 묻자 ‘페메’를 확인하라고 했다.
그는 경찰 내에서도 손꼽히는 ‘학폭’잡는 베테랑이다. 최 경장은 2019년 상반기 전국 우수 SPO로 선정돼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고, 당시 위기청소년 118명을 전문 기관에 인계했다. 5년 넘게 SPO로 활동 중이다.
그는 ”카톡은 부모님들이 확인하니 요즘 아이들은 페메로 집단따돌림을 한다“고 말했다. 카톡이 아닌 다른 SNS를 보는 게 아이의 학교 생활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최 경장에게 페메를 통해 도움을 청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SPO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기피 업무로 꼽힌다. 업무가 화려하지 않고, 아이들을 상대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또 사건이 터지면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최 경장은 기피 업무로 꼽히는 SPO 특채에 지원했다.
최 경장은 원래 교사를 꿈꿨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일했지만 큰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격는 학생들에게 더 관심이 갔다. 2014년 SPO 특채에 응시했다. 입직 1~2년차 때부터 위기청소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 경장은 5년6개월 간 SPO로 일하며 학폭을 숱하게 목격했다. 신고가 한 달 평균 50건 접수된다.
지난해에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A군이 인근 중학교에 재학 중인 B군(15)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사귀던 여자친구 C양(15)과 연락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처음엔 B군이 A군의 처벌을 원했지만 3~4시간가량 최 경장과 이야기를 나눈 후 오해가 있었던 걸 알게 됐다.
A군은 눈물로 사과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 이행문을 썼다. 2주에 한 번씩 최 경장으로부터 모니터링도 받았다. 최 경장은 “부모님, 청소년상담사 등을 한자리에 불러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고접수를 하러 왔다가도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요즘은 가해자의 처벌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대화 중심 문제해결로 피해자 회복과 재발 방지에 집중하는 ‘회복적 경찰활동’이 대세가 됐다. 최 경장은 회복적 경찰활동을 시작한 뒤 가해자로 신고당했던 학생들의 재범이 줄었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물리적 폭력보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등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학폭'이 더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당한 학교폭력 중 사이버 폭력 비중은 12.4%로 직전 해보다 3.4%포인트 늘었다.
페이스북에서 학생이 올린 학폭 동영상을 발견하고 조치를 취한 적도 있었다. 최 경장은 "당시 페이스북 친구였던 한 학생이 올린 게시물을 우연히 발견하고 해당 학생에게 연락해 상황을 파악했다"며 "저녁 6시쯤 지하주차장에서 피해학생이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경장은 영상을 올린 학생에게 현장에 있던 이들의 연락처를 전달받았다. 관련 학생과 부모님들을 불러 학교폭력자치위원회도 열었다.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일주일에 2~3번은 제보로 사건을 발견한다.
최근 ‘학폭 미투’를 보면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과거 운동부 관련 학폭 사건도 여러 번 맡았다"며 "암암리에 이것도 견디지 못하면 스포츠계에서 퇴출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고, 피해자들이 되려 전학을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년간 학폭 가해자들을 만나며 학폭의 시작이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았다. 최 경장은 “경험상 열에 아홉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가정폭력 혹은 아동학대를 경험했거나 부모가 알코올 중독이더라”며 "가정에서의 폭력 경험이 학교까지 번져나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