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와 언쟁 후 뇌출혈 사망…법원 "업무상 인과관계 인정"

직장 동료와 언쟁 후 뇌출혈 사망…법원 "업무상 인과관계 인정"

오석진 기자
2026.05.31 09:00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동료 근로자와 업무 문제로 언쟁을 벌인 직후 뇌출혈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숨진 공장장 A씨의 배우자가 "유족 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2024년 3월, 공장장으로 생산업무를 총괄하던 A씨는 거래처에서 작업 물량을 트럭에 싣고 공장으로 돌아왔다. A씨는 크레인을 이용해 물량을 내리던 근로자 B씨에게 "작업지시서를 가져가라고 했는데 왜 가져가지 않느냐"는 취지로 화를 냈다. B씨가 A씨의 업무 처리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둘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이들은 휴게실로 이동한 뒤에도 약 10분간 같은 내용으로 다퉜다. 그러던 중 A씨는 갑자기 피곤하다고 말하며 옆으로 누웠고 B씨는 휴게실을 나왔다. 뒤이어 다른 동료 근로자가 휴게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의료기관으로 이송돼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고, 치료를 받다가 같은해 4월 숨졌다.

A씨 배우자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동료 근로자와 언쟁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A씨 직책이나 언쟁 내용에 비춰 뇌출혈을 유발할 정도의 급성 스트레스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급하지 않았다.

공단은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나 단기간 업무 부담이 확인되지 않고 A씨에게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의심 소견과 음주·흡연력이 있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A씨 배우자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배우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발병 직전 동료 근로자와 심한 언쟁을 하고 갈등상황을 겪은 것이 신체적 요인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뇌내출혈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언쟁 직후 쓰러졌고 곧바로 뇌내출혈 진단을 받은 점에 주목했다. B씨도 수사기관·법정에서 당시 A씨가 평소와 달리 상당히 격앙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공장장으로서 생산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던 A씨는 순간적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말다툼과 발병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말다툼의 정도와 내용 등에 비춰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상황이 뇌내출혈의 발병 또는 악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단된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생전에 뇌혈관 질환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사실이 없고,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양호했던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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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진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석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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