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퇴근이 있는데, 육아는 퇴근이 없다네[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03.01 07:40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1주차 > 육아는 실전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다고 알리면 동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집에서 쉬면서 꿀 빨겠네?"라고 대꾸하는 이들은 단언컨대 입으로만 육아를 해본 사람들이다. 육아를 제대로 해봤고 그 힘겨움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련하게 바라보다 "힘들면 언제든 육아휴직 끊고 회사로 돌아오라"고 한다. 같은 부서에 있던 선배가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 출근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그 집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였다.

육아의 환희와 보람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당당하게 얘기한다. 반면 고통과 어려움을 공공연히 얘기하는 건 주저하게 된다. 자칫 "지 새끼 키우면서 유세 부린다"거나 "다들 키우는데 뭐가 힘들다고 징징거리느냐"는 지청구나 듣고 입을 다물게 된다. 누군가의 환상 속에서 육아휴직하는 남자는 라떼 한 잔에 유모차 끌고 공원을 누비는 모습일 테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저 쉬는 시간 없이 밥 먹이고 똥 치우다 지쳐 잠들 뿐이다.

연차도 퇴근도 없는 육아
밤에도 육아는 계속된다. 끊임 없이 홈캠으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며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잠든 줄 알았던 아기가 밤중에 일어나서 침대 위를 기어다니는 걸 보면, 주온이나 링 같은 공포영화가 떠오른다. /사진=최우영 기자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최소한 출근과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가끔 일이 터지면 새벽 같이 일어나거나 밤샘 근무를 하지만, 주 52시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하며 휴식시간을 확보했다. 1주일씩 연차를 내고 아예 회사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도 가능했다.

아이는 그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빨간 날에는 부모도 좀 쉬어야 하니 네가 알아서 밥먹고 똥기저귀 치우고 잠들거라"고 말해봤자 소용 없다. 아이가 밤에 긴 잠에 들어가면 이를 '육퇴(육아퇴근)'라고 부르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퇴근은 아니다. 업무 형태가 생산관리직에서 감시단속직으로 변하는 정도다. 밤중에 쪽쪽이가 빠져서 오열하면 언제든 달려가야 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잠에서 깨면 또 가서 재워줘야 한다.

그나마 생후 50일 이후로는 조금 나아진 편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직후에는 2~3시간마다 깨서 밥 달라고 시위하는 통에 1주일 내내 멍한 상태로 살았다. 주변인들을 되돌아보니,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는 다들 업무 성과가 떨어지거나 근태가 조금씩 망가졌던 것 같다.

같은 루틴, 다른 패턴
밥 잘 먹고 대소변 잘 보고, 잘 자고 일어난 뒤, 이렇게 잘 놀다가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운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저 안고 달랠 수밖에 없다. /사진=최우영 기자

초기 육아의 내용은 단순할 수 있다. 아침에 깨면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킨다. 같이 놀아주다가 졸려 하면 낮잠을 재운다. 깨어나면 같은 일을 반복한다. 중간중간 똥오줌 기저귀를 갈아주고, 때가 되면 아이 목욕을 시킨다. 180일 넘어가면서 이유식도 먹인다. 밤이 되면 긴잠을 재운다.

시간 맞춰서 딱딱 돌아가면 좋으련만, 아기는 기계가 아니다. 기상, 밥, 낮잠, 대소변 시간이 모두 랜덤이다. 어느 정도의 경향성은 있지만 또 월령이 높아지면서 바뀐다. 치아가 나오면서 이앓이를 하니 잠을 못잔다. 소아과 가서 예방주사라도 맞고 온 날에는 더 끙끙댄다.

모든 루틴마다 꾸준히 변수도 등장한다. 밥 먹이다 게워내면 닦아주고, 코에 들어간 분유를 흡입하면 또 순식간이다. 똥기저귀는 왜 자꾸 새는지, 방수포와 바닥 매트에 아기 똥이 묻으면 그거 닦으랴 아이 씻기랴 정신이 없다. 잠에 쉽게 들지 못하면 유튜브로 진공청소기 소리 틀어놓고 하세월을 보내는데, 아기보다 부모가 먼저 잠들 지경이다. 아이는 분유 달라고 보채는데 온수기에 물이 떨어진 줄 모르고 있다가 깨달으면 모골이 송연하다. 급하게 물을 끓이고 찬물에 중탕하다보면 차가워진 손가락엔 감각이 없어진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RTS(실시간전략) 게임을 하는 기분마저 든다. 차라리 물량과 운영으로 정공법을 펼치는 이영호나 이제동 같은 스타일이라면 다행일 텐데, 상대방이 예측 못할 기괴한 전략을 쓰는 강민이나 안기효를 보는 느낌이다.

아직 사람이 아니라…
콘센트에 손가락 넣을까봐 보호장치를 해놨더니, 그걸 빼서 가지고 논다. 아기들의 사물 이해법은 어른들과는 보법 자체가 다르다. /사진=최우영 기자

육아에서 나타나는 변수와 고난의 상당수는 아기로부터 비롯된다. 아기가 아직 사람이 아니기에, 우리 머릿속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들을 하기 때문이다. 말도 못알아듣는데 탓할 수도 없다.

주변 모든 건 일단 입으로 가져간다. 이유식 먹이려고 턱받이를 해놓으면 그것도 물어뜯는다. 추울까봐 양말을 신겨 놓으면 꼭 잡아당겨서 벗긴다. 집안에서 기어다니다가 여기저기 침을 흘리고, 심지어 가끔은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침을 뱉는다. 놀아주려고 안고 있으면 순식간에 손가락으로 부모 눈을 찌른다. 똥기저귀 교체하는데 사정 봐주지 않고 냅다 옆구르기를 하며 온몸을 황금색으로 뒤발해놓는다. 잠든 줄 알고 조심스레 눕혀놓자마자 고개를 번쩍 들어올린다.

가끔 숨이 턱턱 막히는데 아이는 부모 속도 모르고 해맑게 웃기만 한다. 아직 '사람'이 아니라서, 배우질 못해서 그렇다고 되뇌어본다. 본인이 선택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당장 사람답길 바라는 것도 무리일 테다. 격동의 영유아 시기를 보내고 훌륭한 어린이들로 성장한 다른집 아이들의 사례를 보며 "나도 언젠가 저런 날이 올 거"라고, 그저 희망을 품고 버텨낼 뿐이다.

역시 아기는 자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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