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반년, 일하는 법을 잊어버렸다[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08.24 13:38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26주차 > 휴직 기간 중 업무 감각 이어가기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취재현장에서 급할 때 가랑이에 노트북을 끼고 타자 치는 데 익숙했다. 이젠 노트북 대신 아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사진=최우영 기자

육아 휴직에 들어간 지 딱 6개월이 지났다. 애 보는 게 익숙해진 대신 회사에서 일하던 기억은 아득히 멀어진다. 수시로 타사 보도를 점검하던 버릇은 아이 자는 방의 홈캠을 주야장천 들여다보는 걸로 바뀌었다. ICT(정보통신기술) 취재 대신 육아 커뮤니티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 십수년 기자 생활보다 강한 게 반년의 아빠 생활인가 보다.

육아에 익숙해진 건 다행인데, 반년 뒤엔 반드시 회사에 복귀해야 한다. 일을 해야 아이를 계속 키울 수 있다. 가장 큰 걱정은 휴직기간 동안 현업에서 멀어진 만큼 업무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다. 복직 이후 업무 복귀를 수월하게 할 방법을 찾기 위해 주변 육아휴직 유경험자들의 사례를 돌아봤다.

뉴스 챙겨보며 업계 트렌드 따라가기
휴직기간 중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뉴스 구독이 중요하다. 머니투데이 앱 하나만 스마트폰에 내려 받아도 정치, 사회, 경제, 산업 등 모든 분야의 뉴스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받아볼 수 있다. /사진=구글플레이

육아휴직을 마친 뒤 나름 성공적인 복직을 한 친구들이 공통으로 꼽은 습관은 '휴직 기간 중 뉴스 구독'이었다. 자신이 몸담은 업계 관련 뉴스를 틈틈이 보는 것만으로 최소한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육아하다 접하는 뉴스는 정보성 기사마저 재미있다고 한다. 학생 시절 시험 기간에 다큐멘터리도 몰입해서 감상하던 경험과 비슷한 것일까.

정보성 기사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다 보니, 평상시 쇼츠와 가십성 기사처럼 의미 없는 콘텐츠 위주로 구독하던 습관이 개선된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습관처럼 포털에서 검색하던 뉴스를, 처음으로 '필요에 의해서' 소비하게 됐다는 것이다. 복직 이후 남들보다 감각이 떨어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원동력일 것이다.

뉴스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더 중요한 직군도 있었다. 한 영업직 친구는 육아휴직 기간에도 업무 관련 술자리에 종종 참석했다. 어차피 돌아가면 다시 함께 일할 사람들인데, 낮시간에 일은 안 하더라도 밤에는 꾸준히 만나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 친구는 자발적으로 모임에 나가는 편이었지만, 안타깝게 휴직기간 중에도 비자발적으로 불려 나가는 다른 친구도 있었다. 그 친구가 다니는 회사는 중견 제약업체였다.

육아휴직 이후 한직 발령? 가끔은 전화위복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육아휴직 경험자 중 상당수는 회사에 돌아간 직후엔 비쟁점 업무, 이른바 '한직'이라 불리는 자리로 갔다. 한 여성 친구는 "육아휴직 이전까진 굵직한 업무를 많이 해봤는데, 돌아온 이후엔 주변부만 맴돈다"며 "직장은 유지했지만 사실상 경단녀처럼 불이익을 받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육아휴직을 일종의 '충전기'로 여기는 직장들도 더러 있었다. 휴직자는 6~12개월가량 '쉬다' 왔으니 성과를 내기 힘든 부서에 가서 고생을 좀 해봐야 한다는 사상이 만연한 곳들이었다. 한 친구는 "육아휴직은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다녀오면 '냉탕'을 전전하게 된다"며 "육아휴직을 하는 순간, 회사 에이스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한직 발령이 업무 복귀 연착륙에 도움이 된다는 친구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첨예한 이슈가 없는 부서에서 차분하게 감각을 올린 뒤 다시 치열한 현장으로 복귀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 프로야구에서 DL(부상자명단)에 올랐던 선수가 몸을 회복한 뒤 2군 경기부터 소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뜻이다.

아이와 아빠 모두를 위한 육아휴직기
/사진=최우영 기자

휴직에 들어가기 전 육아휴직기 연재 계획을 밝혔을 때 주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 휴직기간 중 일하는 선례를 남기면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그냥 애만 보지 휴직기를 굳이 왜 연재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도 육아휴직기를 쓰는 이유는 우선 아이와 함께한 1년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블로그나 개인 일기장에 쓸 수도 있지만, 기사 형태로 남기는 게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힐 것이라 생각했다. 육아 경험을 보다 많은 아빠들과 나눔으로써 좀 더 아이 키우기 쉬운 사회, 남자들도 애 보는 풍토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스스로를 위한 목적도 있었다. 휴직기간 중 뉴스를 챙겨보고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친구들과 마찬가지다. 기자가 업무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은 끊임없이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뿐이다. 취재 대상은 아이와 육아 환경. 육아휴직기 53회차가 끝나는 시점에 업무 복귀를 최대한 무리 없이 하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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